2007년 02월 07일
과자-아토피 유발 논란에 대해
과학적 결정, 시민참여의 필요성- ‘과자-아토피 유발 논란’의 예를 중심으로
최근 과자의 유해성과 관련된 사회적 논란이 있었다. 발단은 2006년 3월 8일 한 방송사에서 ‘과자의 공포, 우리 아이가 위험하다’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과자 속에 들어가는 색소, 방부제, 조미료와 같은 첨가물이 아토피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는 것을 환자들에 대한 인터뷰와 임상검사를 통해서 보여주었다.
식약청은 즉시 사실규명을 위한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그 결과를 2007년 1월 12일 발표하였다. 식약청의 의뢰를 받은 조사팀이 사용한 핵심적 방법은 아토피피부염 환자 37명을 대상으로 식품첨가물이 들어있는 시약과 오미자차로 만든 가짜 시약을 먹인 후 양성률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이었다. 발표결과에 따르면 식품첨가물 7종을 먹였을 때는 10%에서 양성반응을 보였고 오미자차 등으로 만든 가짜 시약을 먹인 경우에는 8%에서 양성반응을 나타내었고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식약청의 결론은 식품첨가물 7종이 아토피피부염 환자에게서 알레르기 과민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이 결과를 식품첨가물이 아토피와 관계가 없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으로 해석하였다. 발표 후에 연구방법에 대한 약간의 이의제기가 있었지만 큰 틀에서 보면 ‘과자-아토피 유발’ 논란은 끝난 것처럼 보인다. 일부에서는 언론의 성급하고 선정적 보도로 인해 식품업체가 큰 피해를 보았다며 자성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과자-아토피 유발’ 논란의 전개과정은 얼핏 보면 사회적 논란이 된 ‘식품오염’ 사건을 정부가 과학적으로 확인하여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시킨 모범 사례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역설적으로 잠재적 유해물질과 관련된 과학적 결정에 시민(시민들을 대리하는 과학자가)이 꼭 참여해야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식약청에서 발표한 연구는 엄밀하게 말하면 37명의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식품첨가물 7종이 과민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 결과와 식품첨가물이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에게 안전하다는 해석 사이에는 태평양만한 간격이 있다. 이번 발표 내용을 근거로 약간의 산수를 해보면 7종의 식품첨가물을 먹으면 가짜 시약에 비해 33% 가량 위험이 증가한다(식품첨가물 투입시 양성반응률 4/37=10.8%; 오미자 시약 투입시 양성반응률 3/37=8.1%). 물론 이 결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
이 결과에는 과학자들이(시민을 대리하는) 제기했어야 할 몇 가지 의문들이 있다(물론 연구절차 상에는 아무런 하자도 없었다고 가정한다.)
첫째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인가?
10.8%와 8.1%의 차이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검정하기 위해서는 대략 1000명 이상의 표본이 필요하다. 반대로 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서 이런 정도의 차이를 발견해낼 수 있는 확률(검정력)은 10%도 채 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연구처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연구에서는 통상적으로 검정력이 90% 이상이 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식품첨가물과 아토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뭐라 얘기하기에는 이번 연구의 표본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둘째는 33%의 증가는 무시할 정도인가?
표본 수가 너무 적기 때문에 33% 증가라는 수치는 너무 불안정한 수치이다. 일례로 연구대상이 한명 늘었는데 그 사람이 우연히도 식품첨가물에는 양성반응을 보이고(5/38=13.2%) 오미자차에는 음성 반응을 보인 경우(3/38=7.9%)에는 식품첨가물이 가짜시약에 비해 위험이 6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대로 우연히도 그 한명이 식품첨가물에는 음성을 보이고(4/38=10.5%) 가짜 시약에 양성을 보였다면(4/38=10.5%) 식품첨가물과 가짜 시약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게 나타난다.
하지만 일단 33%의 증가를 받아드리도록 하자. 이 정도는 받아들일만한 위험인가? 2004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한 해 동안 아토피피부염으로 병원진료를 받은 사람이 115만 명으로 나와 있다. 이 중에 식품첨가물이 들어있는 과자를 먹는 사람들은 아토피피부염이 악화될 위험이 33% 가량 증가하는 것이니 결코 적지 않은 수가 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각종 화학물질, 전자파 등등- 대개는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어떤 피해를 초래하는지 눈에 잘 띄지 않고 인과관계를 밝혀내기도 쉽지 않다. 흔히 사용하는 전략은 복잡한 위해도 평가 과정을 거쳐서 허용기준을 정해서 위험을 관리한다. 위해도 평가 과정은 과학이라고 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한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가정을 하게 된다. 따라서 위해도 평가의 모든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고 시민의 입장에서 위해도 평가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과학자가 필요하다.
위해도 평가를 통해 나온 산출된 위험의 정도가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만한 수준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과학이 아니라 시민들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위험을 감당해야 하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위험의 심각성, 위험이 특성(개인 선택하는지 아니면 강제적인지), 위험을 회피하는데 드는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고 판단을 돕는 것이 과학자들의 중요한 임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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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7/02/07 00:02 | 의학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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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통계적 검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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