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3월 02일
코로나19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2019년 겨울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감염증이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퍼지고 있다. 2020년 2월 18일, 문제의 31번 환자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 전파를 봉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섞인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불과 열흘 남짓 지난 3월 1일 현재에는 확진자가 무려 3천 명을 훌쩍 뛰어 너머 중국을 제외하고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주위에서 누가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일이 되었다.
이제부터는 온 국민이 모두 코로나19에 대해 잘 알고 잘 대처하는게 중요한 일이 되었다. 작년 말에 중국에서 중증 폐렴이 유행하자 중국의사들은 사스(SARS)가 재발했다고 생각했다. 이 병의 발생을 채팅방을 통해 알린 후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반성문을 썼던, 그리고 결국 코로나19에 희생되었던 중국 의사 리원량(Li Wenliang)도 ‘새로운 사스(SARS)가 나타났다’고 했다. 그 이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사스 바이러스(SARS-CoV)와 유사하지만 사스는 아닌 새로운 바이러스(SARS-CoV-2)로 확인되었다.
질병의 양상도 처음에는 중증호흡기질환을 일으켜 10% 가량의 치사율을 나타내는 사스와 유사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역학자료가 쌓이면서 경증 환자도 많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병의 전모는 유행이 끝나봐야 알 수 있지만 현재까지 중국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대략 80%는 입원치료가 필요 없는 감기몸살 또는 무증상, 15% 정도는 경증 폐렴, 5% 정도가 중증 폐렴으로 이중 일부가 사망하여 치사율은 1% 내외로 알려져 있다. 초기 중국 자료에서는 2% 내외의 사망률이 보고되었는데 당시에는 경증 환자들이 분모에 포함되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높게 보고되었다고 할 수 있다. 최악의 독감이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 독감의 치사율은 2% 정도로 알려져 있고 보통 경험하는 계절 독감의 치사율은 0.1%보다 정도이다. 병의 중증도는 사스보다는 독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병의 전파는 환자의 호흡기에서 나온 분비물(비말)을 직접 접촉하거나 아니면 물건이나 표면에 묻어있는 바이러스를 손으로 만진 후 자신의 점막(눈, 코, 입 등)에 접촉하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환자의 대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어 화장실을 통한 전파가능성도 있지만 실제 발생사례가 확인되지는 않았다. 사스의 경우에는 호흡기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후에 전파를 시켰기 때문에 전파차단이 비교적 용이했으나 코로나19는 증상 초기부터 바이러스 배출이 활발해서 전파차단이 매우 어렵다. 환자 한 명이 평균적으로 2명에게 전파하여 기초 감염재생산수(R0)가 대략 2정도 인데 계절 독감이 1.3 정도 인 것을 감안하면 꽤 놓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은 여러 가지 전파차단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감염재생산수는 2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감염재생산수를 1 이하로 낮추어서 유행을 종식시키는 것이 방역당국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코로나19의 전파력은 독감보다도 높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 19의 치사율이나 전파양상을 볼 때 친척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는 사스나 메르스보다는 독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독감이 유행할 때 특히 위험한 고위험군은 어린이, 노인,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등이다. 코로나19의 특징 중의 하나는 노인,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등에서 치사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독감과 유사하지만 아이들은 전염도 덜 되고 증상도 심하지 않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바이러스 질환 중에 수두나 A형 간염 같은 경우는 어릴 때 앓으면 수월하게 넘어가는데 코로나19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위안이 될만한 특징이다.
코로나19가 특히 두려운 것 중의 하나는 병 자체보다도 사회적 낙인 효과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확진자의 신상이 완전히 털리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이 있으면 온 사회의 지탄 대상이 되곤 했다. 환자수가 3천명이 넘어가면서 개별 환자에 대한 주목도는 낮아졌지만 확진자의 접촉자는 감염을 피하더라도 2주간의 자가격리 명령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코로나19에 잘 대응하려면 병을 병 자체로만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낙인 효과가 너무 크면 환자들이 숨어버리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지금 시기에 견지하면 좋을 생활 태도 또는 정신 자세 몇 가지를 정리해보았다.
최대한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한 손씻기 실천이다. 비말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되지만 보통 사람은 환자와 직접 비말접촉을 할 일은 거의 없고 손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손씻기가 가장 중요한 예방방법이다. 아울러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피하는 게 좋겠다.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설령 코로나19에 걸려도 죽지는 않는다.’라는 생각을 하면 불안감이 좀 줄어들 것이다. 다만 노인들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혹시 연로한 부모님이 따로 사는 경우라면 자주 안부 전화를 드려도 좋을 것이다.(이때는 방문하는 것보다 전화만 하는데 더 효도일 수 있다.) 어린 자녀가 있다면 함께 야외로 나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코로나 때는 야외에서는 굳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니 따뜻한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다.
최소한 민폐는 끼치지 말자. 외출할 때 다른 사람을 마주칠 수 있는 실내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일반인들이 마스크를 쓴다고 해서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좋은 마스크를 쓰더라도 결국은 손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면 적어도 나의 호흡기분비물(기침, 재채기 등)이 나가는 것은 막아주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위험은 줄일 수 있다. 그래서 확진자가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는 것이 확인되면 접촉자의 범위가 확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이런 목적이라면 굳이 갑갑한 N95나 KF94 같은 고성능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 면 마스크로도 충분하고 위생적으로만 문제가 없다면 며칠씩 써도 된다. 우리가 마스크를 너무 많이 사용하면 정작 마스크를 꼭 필요로 하는 의료인들이 쓸 마스크가 없어진다.
에필로그
코로나 여파로 중국의 경제활동이 감소하여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배출량이 대폭 줄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지구를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이 문득 떠오른다. 코로나 판데믹이 결국은 기후변화로 찜통 지구가 되는 것을 보다 못한 지구의 자구책일지도 모르겠다.
# by | 2020/03/02 18:53 | 의학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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