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에 대한 개인적 정리

 

조국 사태는 20198월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동지이자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서울대 교수를 법무검찰 개혁을 완수할 목적으로 법무부 장관에 지명, 임명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전체가 겪었던 한바탕 소동으로 조국 장관이 10월 중순에 자진사퇴하면서 일단락 되었다.

일개(?) 장관을 임명하는 일을 가지고 온 나라가 이 난리를 겪었어야 했는지 아직도 의문이지만 그만큼 상징성이 높았던 인사였던 것도 사실이다. 분명한 기득권층임에도 불구하고 계층의 이해에 반하는 말과 행동을 공개적으로 해온 소위 강남 좌파에 대한 우리 사회 기득권 카르텔의 총공세가 문제의 핵심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 중의 하나는 조국 딸이 제일저자로 참여한 의학논문을 대하는 의료계의 태도인데 대한병리학회는 학회지에 실린 해당 논문이 기관윤리위원회(IRB)의 심사를 받지 않았는데 받았다고 표시한 점, 제1저자 자격이 없는 사람을 제1저자로 한 점을 사유로 10년전에 실린 논문을 직권 취소하였다. 학술지는 과학적인 정보를 교류하는 장이기 때문에 발표된 논문을 취소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학술지에 실린 정보가 틀렸을 때이다. 결과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발견한 저자가 자진 취소하기도 하고 데이터가 위조 내지는 날조되었다는 것이 확인되면 역시 바로 직권 취소할 사유가 된다. 그런데 병리학회가 제시한 사유는 중대한 연구윤리 위반일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취소사유는 아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하는데 마치 작전을 수행하듯이 처리했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2009년은 의학학술지에서 IRB 승인을 요구하기 시작한 초기단계라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자녀의 대학입시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의 문제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다만 입시과정에서 부모의 도움을 받은 학생이 많을 것 같은 상위권 대학에서 유독 반발이 심했던 이유는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다.

조국 사태의 최대피해자는 누가 뭐래도 조국 교수의 가족일 것이다. 사회적 지위, , 명예 등 모든 것을 누리던 일가족이 거의 풍비박산의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 사회의 최대 숙제이던 검찰 개혁의 불쏘시개가 되었다는 것이 나중에는 일말의 위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검찰 역시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거의 마지막 성역이고 노무현대통령 사건 이후 개혁 대상 일 순위던 검찰이 적폐청산을 주도하면서 마치 정의의 수호자처럼 자처했는데.. 무소불위의 형사 권력을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무자비하게 행사하는 과정을 전국민에게 보여줌으로서 개혁의 대상임을 스스로 만천하에 드러내버렸다. 아직은 자신이 벌거숭이 임금님이라는 것을 충분히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나중에 형사 권력이 축소되고 전관예우도 사라질 즈음에는 이 모든 것의 시작이 조국 사태였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최대 피해자(?)는 언론이라고 할 수 있다. 보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언론이 사실 보도의 기본을 망각하고 하이에나처럼 조국 일가 물어뜯기에 나섬으로서 스스로 사망선고를 해버렸다.

내가 생각하는 언론의 기본을 아래의 예에서 보면.

그녀는 1) 나쁜 사람이었다. 2) 좋은 사람이 되었다. 언론에서 그녀에 대해 말할 때는 최소한 1), 2)를 모두 말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고 한 걸음 나아가 그녀는 회개했다라는 의미 해석까지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언론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1)만 보도하거나 2)만 보도한다면 더 이상 언론의 존재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조국 사태를 지나면서 jtbc 뉴스룸 시청을 중단하고 경향신문을 끊고 김어준 뉴스공장 청취도 중단하였다. jtbc 뉴스 시청을 중단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손석희 앵커가 조국 장관의 5촌 조카가 해외도피 중에 국내 지인과 통화한 내역을 입수해서 보도하는 것을 보고 나서부터이다. 이 통화의 전반부는 조국 장관이 사모펀드와 별상관이 없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고 후반부는 뭔가 엮여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내용이었는데 앞부분에 대한 언급 없이 뒷부분만 자못 심각하게 보도하는 것을 보고는 손석희도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 이상 그가 전하는 뉴스를 보고 싶지 않게 되었다.

경향신문을 끊게 된 것은 조국 사태에 대해 청와대의 성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컬럼 제목을 보고 나서이다. 조국 사태에서 최악의 플레이어는 언론 자신이었는데 스스로 성찰할 생각은 안하고 바로 남을 비판함으로서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양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역겨워졌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거의 홀로 가장 열성적으로 조국 지킴이의 역할을 하였다. 뉴스의 맥을 잡아내는데 천재적 재능이 있고 자신의 입장과 사실관계 사이에 거리를 둘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서 정치적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아 김어준의 방송은 평소 거의 놓치지 않고 듣는 편이었는데 정경심 교수가 구속되는 순간부터는 더 이상 듣지 않게 되었다. 그 동안 내가 너무 몰입해 있었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은 것이다. 이것은 김어준에 실망해서라기보다는 물려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맛있는 음식도 너무 많이 먹으면 질리는 것처럼 말이다.

조국 사태를 통해 뉴스 따라다니기를 하다 보면 인생이 허비된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다. 언론과 거리를 두게 되면서 정치현안에 과도하게 몰입되었던 나 자신도 건져내게 되고 덕분에 물리적 시간도 많이 생기게 되었다.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2019년 여름에 과도하게 많은 에너지를 투입했을 모두가 나름의 소득을 거뒀기를 희망해본다

by 카이로스 | 2019/11/10 20:30 | 일반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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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이글 at 2019/11/12 22:01
일개(?) 장관을 임명하는 일을 가지고 온 나라가 이 난리를 겪었어야 했는지
-> 리명박근혜 시절에 의혹이 산더미 같이 나왓음에도 조국같이 구질구질하게 뻐팅긴 장관은 없엇슴 ㅇㅋ? 그러니 난리가 크게 날 일이 없었지

분명한 기득권층임에도 불구하고 계층의 이해에 반하는 말과 행동을 공개적으로 해온 소위 강남 좌파에 대한 우리 사회 기득권 카르텔의 총공세가 문제의 핵심
-> 전혀 조로남불이 문제의 핵심인데? 분명한 기득권층임에도 불구하고 계층의 이해에 반하는 말은 해왔는지 몰라도 정작 까보니깐 뒤에서 한 행동은 다를바가 없었잖아?

다만 입시과정에서 부모의 도움을 받은 학생이 많을 것 같은 상위권 대학에서 유독 반발이 심했던 이유는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다.
->님 포스팅하는 주요 주제가 의학인데도 그런말이 나옴?

Commented by Tomufu at 2019/11/15 06:13
지금 조국 님께서는 적폐들의 모략으로 잠시 고통을 겪고 있으나, 곧 실체적 진실은 명명백백하게 드러날 것이며, 나아가 법무부 장관보다 더 큰 국민적 대의를 위해 일하게 될 것입니다.
Commented by 無碍子 at 2019/11/17 11:27
기득권을 이해 못하시는 것 같은데 집권세력이 최고의 기득권자들입니다. 기득권의 정점에 문재인대통령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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