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치료의 대유행-의학계의 풍토

2012년에 미국 UCLA의 연구팀은 가장 인용지수가 높은 의학잡지인 NEJM에 파킨스병 환자의 뇌 깊숙이 전극을 심어 자극을 주면 공간기억력이 상당히 개선된다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 연구는 단 7명이라는 아주 적은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이미 뇌에 전극을 심은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해할만했다. 이 연구결과는 언론을 통해 다음과 같이 보도가 되었다. 뉴욕타임즈에서는 전기적 자극이 기억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발표‘,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기역, 뇌과학 연구에서 충격라이브사이언스에서는 내가 어디에 주차했더라? 뇌에 자극을 주면 공간기억력이 향상" NEJM에서도 이 논문이 발표된 호에 논평을 통해 적은 수를 대상으로 하는 예비적인 연구고 재현연구가 필요하지만 보다 잘 고안된 연구를 통해 추가 확인할 가치가 있음이라고 실었다.

이 연구의 잠재적 가능성을 보고 조수아 야곱(Joshua Jacobs)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이 원래 연구결과를 보다 많은 표본에서 재현하려는 연구를 시작하였다. 이 팀에서는 수년에 걸쳐 49명을 조사하여 통계적으로 보다 신뢰성 있는 결과를 내었는데 뇌 깊숙이 전극으로 자극을 하면 공간기억이 오히려 손상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다. 실망스러운 결과였지만 연구진은 뇌 자극이 어쨌든 기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한 단계 진전된 연구라고 생각해서 그 결과를 NEJM에 투고하였다. 이것은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인데 왜냐하면 부정적인 연구결과는 잘 발표되지 않는 것이 잘못된 과학정보가 만들어지는 원천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과학계에서 연구결과의 재현 문제는 작년에 크게 논란이 되었다. 왜냐하면 많은 유명한 연구의 결과를 재현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10년 전에 스탠포드 대학의 이오아니디스(Ioannidis)대부분의 연구결과는 거짓이다라는 과학계에 경고성 논문을 발표하였다(2012년에 냉장고에 있는 대부분의 식품들이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와 예방한다는 연구가 동시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한가지 예외 음식인 베이컨인데 암을 예방한다는 결과는 없고 오직 암을 유발한다는 결과는 있었다.) 이오아니디스는 저명한 학자였기 때문에 그의 논문은 2016년에만 800회 이상 인용되었다. 중요한 점은 과학계에서 재현성 문제에 대한 감수성은 항상 높았다. 그래서 야곱과 공동저자들은 NEJM이 그들의 논문을 실는 것을 거절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논문을 검토한 리뷰어는 기억을 증가시키는 지표를 발견하는 것이 훨씬 흥미롭다라는 피드백을 줬는데 이 말은 원래 논문처럼 양성 결과를 발표했다면 훨씬 낫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봄에 ProPublica라는 잡지에서는 NEJM이 이전에 실린 자신의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의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논문은 실지 않는 태도에 대해 비판한 바가 있다.) 다른 리뷰어는 연구대상에게 삽입된 전극의 위치가 원래 연구와 달랐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정확하게 동일한 위치에 전극이 삽입된 연구대상만을 가지고 분석했는데 결과는 동일했다. 그래서 야곱 등은 리뷰어의 의견에 오류가 있다는 점을 NEJM 편집진에 보냈는데 그들이 받은 답변은 논문이 거절된 것은 리뷰어의 특정 의견 때문이 아니라 NEJM이 출판할 수 잇는 용량보다 훨씬 많은 논문이 투고되기 때문이라고 했다(((사실 대부분의 학술지에서 논문 출판을 거절할 때 상투적으로 사용하는 이유이다.))) 이 말 자체는 틀린 말은 아닌데 특히 저명한 학술지의 경우에는 특히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 신경과학 분야에서 가장 저명한 학술지 중의 하나인 뉴론(Neuron)에서는 이 연구를 금박 채택해서 지난 달에 발표하였다. (물론 이번에는 원래 논문만큼 언론의 팡파레를 받지는 못했다. 비록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다뤄주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 결과가 뉴론에 실린 그 주에 컬럼비아 대학에서 과학에서 재현의 문제를 다루기 위한 심포지움을 하루 종일 열었다. 국립과학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의 회장과 미국 연구성실성국(US Office of Researching Integrity) 책임자와 NEJM의 책임 편집자인 제프리 드라젠(Jeffrey Drazen) 등이 발표를 하였다. 야곱은 청중으로 참여했다.

마지막 Q&A 때 야곱은 드라젠에게 만일 학술지가 유명한 연구에 대해 제대로 된 수준 높은 재현연구 결과를 실을 의무가 있는지를 묻고 자신의 연구가 NEJM에서 게재를 거절되었다는 점을 밝혔다. 드라젠은 야곱은 연구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고 대신 편집자로서 자신의 권한이 없다. 책임은 문제제기를 하는 재현연구를 한 사람에게 있다. 원래 연구를 한 연구자들과 진실을 밝히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누가 옳고 그른지에 대해 판단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알 필요가 있는 것-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진리-을 알려고 노력한다. 아주 간단한 이치이다.”

야곱은 이 대답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대답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연구 투명성과 재현성에 대한 패널토의에서 드라젠은 학술지는 정보를 전파하고 재현을 위한 일차적인 장이라는 식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연구자자가 사실상 피고인인 원래 연구자와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의사들과 과학자들은 환자 옹호단체, 과학전문기자들은 NEJM과 같은 저명한 학술지를 통해 의학계의 새로운 발견을 추적한다. 불분명한 과학 결과들이 공개적으로 도전받지 않으면 않을수록 오히려 견고한 지식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수많은 의학적 혁신들이 생명을 구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의학을 혁신(그리고 비용도 함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립보건통계국(the National Center for Health Statistics)에서는 지난 달에 미국의 평균수명이 감소했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강력하고 설득력있게 수명을 떠받치는 것은 지속적인 공중보건 노력이다.

의학은 와인과 같아서 값이 비싸다고 꼭 질이 좋은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현대의학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소아마비 백신의 영향도 위생개선이나 식품보관방법 개선의 효과와 비교하면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흡연과 안 좋은 생활습관의 영향으로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많지 않았던 폐암이 지금의 암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이 되었다. 다행히 흡연율을 낮추려는 공중보건 노력이 1990년 정점에 도달한 이후 폐암 사망률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폐암 사망률은 흡연율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흡연율이 떨어지면 같이 떨어지는데 다만 20년의 시차를 두고 발생한다.

미국인들을 괴롭히는 가장 흔한 건강문제는 흡연과 영양결핍, 신체활동 부족 등이 있다. 11월에 매사추세츠 대학 연구팀이 1987년에서 2008년까지 수만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행된 4개의 연구를 종합해서 분석한 결과 중등도의 생활습관 변화는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 4명중 1명의 사인-인 심장질환의 위험을 극적으로 개선하였고 가족적으로 심장질환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여지는 사람도 다음 4가지 중 3가지 이상을 충족하면 위험을 반으로 낮출 수 있다. 1) 금연(비록 과거에 흡연을 했더라도), 2) 비만하지 말 것(과체중까지는 괜찮음), 3) 일주일에 한번 운동, 4) 진짜 음식을 먹고 가공식품을 먹지 않음. 두 가지 기준 만 충족해도 여전히 위험이 낮았다. 8월에는 국제암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서 비만이 갑상선암이나 난소암, 간암, 대장암과 관련이 있다는 결과를 발표되었다.

환자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의사들도 흔한 치료행위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또는 그 효과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샌프란시스코의 응급의학과 의사인 그라함 워커(Graham Walker)는 의사 자원자들과 함께 the NNT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해서 의사와 환자가 약물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또는 없는지를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NNT'number needed to treat'의 약자인데 어떤 약물이나 시술을 통해 한명의 환자가 원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몇 명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언론에서는 약물의 효과는 상대위험도의 감소로 표현된다. 호그와트병(Hogwarts)라는 가상의 질환의 예를 들어보면 방송에서 어떤 약물이 이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을 20% 낮춰다는 뉴스를 들을 수 있다. 꽤 괜찮은 효과인 것처럼 보이지만. 만일 호그와트병 환자 1000명 중에 10명이 사망하는데 모든 환자들이 이 약물로 치료를 받으면 10명이 아니라 8명이 사망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500명이 치료를 받으면 한명이 사망을 면한다는 의미가 되고 즉 NNT500이다. 이 정도면 괜찮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만일 이 약물의 필요위해수 NNH(number needed to harm)20 이라면 그리고 심한 부작용이이라면 이 약물로 한명의 생명을 구할 때마다 25명이 심각한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을 의미하게 때문에 약물사용에 따른 위험과 편익의 교환조건이 안 좋아 보인다.

이제는 실제 많이 사용되는 약물인 아스피린의 경우를 보자 심장마비를 예방하기 위해 매일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나이든 여성의 경우 NNT872, NNH436이다. 이 것이 의미하는 바는 1000명의 나이든 여성이 매일 아스피린을 10년간 복용하면 이중 11명은 심장마비를 피할 수 있는데 반면에 두 배가 넘는 사람은 아스피린을 먹지 않았더라면 없었을 위장관 출혈을 겪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약물처럼 아스피린도 이 약을 복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좋거나 나쁠 것이 없다. 대부분의 약물은 의미있는 피해를 주거나 도움을 주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학이 확률의 문제라는 것과 씨름하고 있다. 미시건 주립의과대학의 학장인 애로 소사(Aron Sousa)는 흔히 사용되고 있는 상대위험도라는 지표는 끔찍하다고 말한다. 제약회사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의사들도 사용하는데 의사들은 자신의 연구 결과가 보다 유용성이 있게 보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진짜로 환자들이 이 약을 먹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위험도는 NNT보다 훨씬 강렬하게 그런 느낌을 준다. 상대위험도는 거짓말이나 마찬가지다.

아주 예외적으로 좋은 효과를 나타내는 치료제도 NNT의 관점에서 보면 덜 인상적이다. 부비동염 치료에 사용되는 항생제는 15명을 치료하면 한명에서만 증상을 빠르게 완화시킨다. 반면 8명중 한명에서는 부작용이 있다. 노인에서 수면보조제로 사용되는 앰비엔(Ambien) 약물에 대한 메타분석을 보면 이 약을 복용하는 13명 중에 한명은 수면개선 효과-평균적으로 25분 정도-가 있지만 6명 중에 한명은 부작용이 있다.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교통사고 위험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 것은 일종의 인지부조화 또는 전문가의 우울증 상태이다. “나는 의사고 이 약물을 처방하는 것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히 응급상황에서는 나는 거의 숙명론자가 되어버린다.” 만일 의사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싶다면 음식이나 운동 또는 생활습관을 통해 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은 연구들을 자세히 보기 전까지는 도저히 개념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공중보건 역사학자들은 지난 200년간의 평균수명의 증가의 대부분은 위생과 음식보관, 검역 등의 혁신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소위 1차 공중보건혁명기인 1860년에 1920년까지는 항생제나 현대 수술방법이 적용되기 이전이었지만 가장 큰 수명 증가가 있었던 것이다.

1990년대에 미국암협회 이사회는 암 발생률을 1990년의 피크에서 낮추려는 국가적 노력을 시작하였다. 고무적이게도 모든 암 사망은 그 이후로 감소하고 있다. 여전히 1930년대 수준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더 노력해야 한다. 의학적 혁신은 분명 도움이 되었다. 공중보건 전사회적으로 보면 게임체인저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믿지 않는다.

2014년에 미국인을 대상으로 서베이한 결과에서 전형적인 성인들은 1800년대 중반 이후의 평균수명 증가의 80%를 현대 의학의 공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반 대중은 전반적으로 우리의 증가된 수명 중 의료가 기여한 역할에 대해 과대평가한다. 공중보건이나 사회적 결정요인의 역할을 잘 인지하는 못하는데 이러한 인식은 공중보건 분야에 예산을 배정하는 것을 방해한다. 반면에 의료분야에 예산을 과대배정하게하고 의료비를 줄이려는 노력을 방해한다.

최근에 의회에서 통과된 21세기치료법에는 63억불의 예산이 배정되었다. 누가 암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법률에 대해 반대할 수 있겠는가? 미국가정의학회와 미국공중보건학회장은 이 새로운 법률에 반대하면서 이 법률이 35억불의 공중보건 예산을 빼앗아 갈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법률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예방접종이나 금연프로그램의 예산을 빼앗아 갈 것이다. 이 새로운 법률은 FDA가 제대로 된 임상시험이 아니라 관찰연구나 또는 제약해사가 제공하는 요약데이터에 근거해서 신약을 승인하는 것을 허용하게 될 것이다. 이 법을 좋아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들은 약물승인과정, 안전을 연구하는 사람들과 제약회사에서 돈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다.

의학연구는 그 특성상 지식에 대한 점진적 추구과정으로 볼 수 있다. 연구를 하다보면 처음에는 별 성과없이 끝나는 일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새로운 법률이 효과적이고 오래 지속되는 치료법을 신속하게 발견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라지만. 현대 의학의 교훈은 명확하다. 효과없는 치료법도 오래 지속될 수 있다.

 

 

 

by 카이로스 | 2019/07/20 19:12 | 의학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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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까마귀옹 at 2019/07/22 17:13
전 이런 불필요한 치료의 증대가, 안아키와 같은 사이비 의학/과학을 추종하는걸 합리화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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