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치료의 대유행-항암제

의학에서는 무작위임상시험(RCT) 결과가 치료효과를 판단하는 황금기준이다. 하지만 모든 RCT가 동일한 가치를 가진 것은 아니다. 임상시험 중에 좋은 의도로 진행된 진료행위가 연구를 망칠 수 있다. 특히 함암제 연구에서 흔히 시행되는 교차시험(crossover)이 그러하다.

함암제에 대한 교차시험에서는 대조군에 속한 환자가 처음에는 위약을 받지만 질병이 진행하면 실험약을 받게 된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대조군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교차시험의 장점은 많은 환자들에게 실험약을 투여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지만 실제 약효를 흐리는 쪽으로 연구결과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2010년 교차시험 설계에 힘입어 프로벤지(Provenge)FDA에서 승인을 받은 첫 번째 암 백신이 되었다. 암 백신은 일종의 면역치료로 약물로 환자 자신의 면역체계를 자극하여 암 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이 암을 치료하기 위해 암 백신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비참하게 실패한 이후라 프로벤지의 승인은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한 과학잡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문을 열었다가고 보도하기도 했다. 단 프로벤지는 암세포의 성장 자체를 억제하지 않기 때문에 이 약이 정말 작동하는지는 알기 어려웠다는 점을 빼고는 말이다.

프로벤지는 원래 전립선암의 진행을 막는 지를 보기 위한 임상시험인 IMPACT연구에 기반해서 승인을 받았는데. 실제 전립선암의 진행을 막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가 3년 반 정도 진행될 때까지 프로벤지를 받은 암환자와 위약을 받은 환자 모두 비슷한 정도로 암이 진행했다. 다만 프로벤지를 받은 암환자의 생존기간이 위약을 받은 환자보다 4개월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IMPACT연구 설계가 가지는 특성 때문에 정말 프로벤지가 생존기간을 늘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프로벤지는 암의 성작을 억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연구를 시작할 때 많은 환자들은 진행성 전립선암의 치료제인 독시탁셀(docetaxel)이라는 항암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위약을 받은 환자들도 암이 진행했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프로벤지 복용군으로 교차 적용되었다. 그리고 암이 계속 진행되었기 때문에서 시차를 두고 독시탁셀을 투여받았다. 결국 위약을 시작한 군은 적은 숫자가 그것도 나중에 독시타셀을 투여 받았다. 임상시험의 결과는 최초에 프로벤지 투약군이 생존기간이 길다는 것이었지만 이 결과가 프로벤지가 작용해서 생긴 것인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었다. 프로벤지 군에서 생존기간이 약간 늘어난 것이 프로벤지를 받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대조군이 독시탁셀을 나중에 받았기 때문인지 구별할 수 없는 것이다.

프로벤지가 승인되고 후에 연방정부의 보건의료연구및질평가기관(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 AHRQ)는 프로벤지의 효과에 대한 모든 근거를 조사하는 기술평가보고서를 발간했는데 결론적으로 프로벤지가 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한다는 중간정도의 근거가 있다고 했다. 동시에 IMPACT연구에서 프로벤지 투약군은 항암치료를 먼저 받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동시에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함암제의 충분한 복용이라는 맥락에서만 프로벤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낸다고 결론지었는데 다른 말로 하면 임상시험의 효과가 프로벤지 때문인지 항암제 때문인지 불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AHRQ의 책임자는 임상시험에서 항암제인 독시탁셀을 복용한 환자는 암이 진행했기 때문이고 따라서 무작위 할당은 깨진 것이라고 말했다. 항암제를 승인하는 기준을 높이는 것을 지지하는 종양의사는 만일 치료제가 사탕(Pixy Stix)이라도 아마 비슷한 효과를 얻었을 것이라고 했다. 사탕을 복용한 집단이 암이 진행하면 진짜 항암치료를 받기 때문이다.

프로벤지와 관련해서 더 중요한 이슈는 FDA의 승인과정에 있다. 많은 치료법이 임상시험에 기반해서 승인을 받는데 정작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확인되지는 않는다. 모든 임상시험은 대부분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약이 승인된 이후에는 무작위임상시험을 하기가 어렵다. 미국의사협회지(JAMA Oncology)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함암제가 임상시험에서 확실히 효과가 있더라도 임상시험의 환자가 전형적인 환자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상황에서는 효과가 없거나 있더라도 미미할 수 있다. 실제 치료를 받는 암 환자를 등록하는 체계를 보완해서 추가적인 정보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이상적으로는 치료제가 효과가 있다는 소견과 효과가 없다는 소견은 아무리 초기라도 같은 정도로 과학적인 엄밀한 조명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학술잡지와 과학자들과 미디어 모두 새로운 치료법이 진짜 효과가 있다고 나타났다고 결론짓는 연구들을 선호한다.

 

 

by 카이로스 | 2019/07/01 22:36 | 의학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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