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치료의 대유행- 스탠트 시술 1

  과학탐사 기자로 스포츠유전자의 저자이기도 한 데이비드 엡스타인(David Epstein)이 애틀란틱(The Atlantic)지에 불필요한 치료가 크게 유행하고 있는 미국의 상황에 대해 실감나는 글을 실었다. 미국의 의료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는 않기 때문에 시사점이 매우 많다고 생각한다. 내용이 꽤 긴데 주제별로 몇 번에 나누어 요약해보았다. 첫 번째는 심장이 혈관을 막혔을 때 하는 스탠트 시술과 관련된 내용이다.

 

  첫 번째 사례는 61세의 회사 중역이다. 혈압은 약간 높은 편이었지만 다른 것은 다 괜찮고 규칙적으로 운동도 하였다. 추운 겨울날 점심 후에 빨리 걷는 산책을 하다가 가슴 통증이 있어서 사무실로 돌아 왔는데 앉아서 휴식을 취하니 통증은 갑자기 사라졌다. 그는 그날 저녁 오후에 있었던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중년, 고혈압에 스트레스 많은 업무, 그리고 가슴 통증. 그 다음날 동네에 있는 응급실을 찾아갔다. 의사는 심장마비는 아니었고 심전도도 완전히 정상이라는 것을 확인해주었다. 이 환자는 심장 동맥이 부분적으로 막혀있고 심장 근육이 산소를 많이 필요로 하는 상황이 되면 통증이 나타나는 안정협심증(stable angina)으로 진단받았다. 심장내과 의사는 카테터를 심장에 있는 관상동맥에 넣은 후 조영제를 주입하여 촬영하는 관상동맥촬영술을 권고하였다. 이 검사를 통해 막힌 곳이 확인되면 스탠트를 넣어 막힌 부위를 넓혀줄 수 있는 것이다.

  응급실에 있는 동안 이 환자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관상동맥질환의 치료을 검색해 보았고 의학잡지에서 아스피린이나 혈압약 복용 같은 약물치료가 첫 번째 치료방법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정보를 바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아주 침착한 성격인지라 이 내용에 대해 의사에게 질문을 하였다. 의사는 경멸하는 투로 좀더 알아보시죠라고 대답했다. 그는 혈관조영술을 거부하고 주치의와 다시 상의를 하였다.

  주치의는 다른 종류의 혈관촬영술을 제안했는데 이 방법은 카테터를 동맥에 삽입할 필요가 없고 대신 다양한 각도의 x-ray를 이용하여 촬영하는 방법이었다. 이 방법으로 플라크에 의해 부분적으로 막혀있는 혈관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심장이 정상적으로 혈액을 펌프질하는 상태에서 혈관이 막혀 있는 상태가 위험한지는 확인해 줄 수 없었다. 그래서 주치의도 응급실의 심장내과 의사처럼 카테터를 삽입하는 혈관조영술을 하고 필요하면 스탠트를 넣는 시술을 받도록 권고하였다. 그는 소개 받은 병원의 심장내과 의사에게 진료예약을 하고 의사와 사전에 접촉을 하려 했으나 시술 전에는 미리 의사를 만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래서 다른 선택을 찾아봤는데 세인트루이스 워싱톤대학의 심혈관내과 교수인 브라운(Brown) 박사를 발견했다

  그는 브라운 박사에게 다른 의사들에게 혈관조영술을 시술 받도록 압박을 받고 있는데 좀 더 정보를 얻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스탠트 시술을 받아야겠지만 그 전에 침습적(invasive) 방법이 아닌 모든 수단을 시도할 용의가 있었다. 엄격한 식이요법이나 필요하면 은퇴를 포함해서. 브라운 박사는 환자의 이익과는 관계없이 의료비만 상승시키는 의료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전문가와 시민단체가 함께 만든 올바른치료동맹(RightCare Alliance)의 일원이었다. 브라운 박사는 올바른 치료는 모든 사람이 원하는 치료를 받게하고 아무도 불필요한 치료는 받지 않도록 의학의 균형을 다시 맞추는 것을 말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스탠트 시술은 불필요한 치료의 대표적 사례였다. 2012년에 브라운 박사는 스탠트 시술과 보다 보존적인 치료방법을 비교한 모든 무작위임상시험 연구를 고찰하는 연구를 했는데 안정적 환자에서 스탠트 시술은 심장마비를 예방하지 못했고 수명을 연장하지도 못했다. 브라운 박사는 심장마비가 아닌 환자는 스탠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십 만명이 스탠트 시술을 받고 있고 50명 중에 한명은 이 시술로 인해 심각한 합병증 얻거나 사망하게 된다.

  브라운 박사는 이 환자의 혈관은 광범위하게 좁아져 있기 때문에 한 곳을 뚫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했다. 심장과 혈관은 부엌 싱크대 막힌 것과는 양상이 다른 것이다. 이 환자는 약물치료와 식이조절을 시작했고 3개월 후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개선되었으며 7 kg 가량을 감량하고 흉통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이 경우는 해피엔딩이지만 새드엔딩도 있다. 이 환자를 도와준 지 얼마 안되어 브라운 박사는 미주리의 작은 마을에 사는 51세 남자에 대한 컨설트를 의뢰받았다. 이 남자는 호지킨림프종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였는데 방사선 치료와 6차계에 걸친 항암요법으로 인해 폐조직의 진행성 비후가 있었다. 그는 숨이 막힐 것 같은 증상이 있어서 폐 이식 수술을 위해 브라운 박사가 일하고 있는 병원으로 왔다. 그런데 정작 폐 이식 수술팀은 이 환자를 수술할 수 없었다. 4달 전에 호흡곤란 때문에 다른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데 이때 이미 림프종으로 치료 받고 있었고 폐의 비후가 있을 수 있었지만 당시의 심장내과 의사는 호흡곤란이 심장 혈관이 막혔기 때문에 생겼을 가능성도 의심하면서 혈관조영술을 권고했다. 위의 회사 중역과는 달리, 그리고 대부분의 환자들처럼 이 환자는 혈관조영술을 받는데 동의를 했고 동맥 하나가 부분적으로 막혀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것이 호흡곤란을 유발했다는 증거는 없었지만(사실 호흡곤란은 폐의 비후화 때문이었다) 스탠트를 시술하였다. 최종적으로 이 환자는 스탠트 시술 후에 시술 부위에 혈액이 응고되지 않도록 하는 표준적인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이 치료 때문에 수술 중에 출혈 가능성이 높아서 결국 폐 이식 수술은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사이 이 환자의 폐조직은 점점 딱딱해지고 비후화되어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게 되었다. 이 환자는 림프종은 잘 이겨냈지만 불필요한 스탠트 시술 때문에 폐이식을 기다리면서 병원에서 숨을 거두게 된 것이다.

  

  위의 두 사례에서 공통점은 모두 스탠트 시술이 필요 없었다는 것이다. 차이라고 한다면 탐구하는 자세를 가졌던 회사 중역은 무사히 스탠트 시술을 모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연구를 통해 불필요하다는 것이 확인된 시술이 왜 이렇게 빈번하게 행해지는 것일까?


to be continued....

 

by 카이로스 | 2019/06/23 22:42 | 의학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hojangkwon.egloos.com/tb/443103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