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완주 다시 할 수 있을까? -2018 JTBC 서울마라톤 대회를 하루 앞두고.

  처음 달리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다. 2011년 중앙마라톤 대회에서 제한 시간 5시간을 몇 초 앞두고 골인했던 기억이 새롭다. 가히 인생 최대의 성취라 할 만큼 감격적인 일이었는데 정작 다음날 출근했을 때 주위에 그것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기이했다.

  그 뒤로도 최소한 일 년에 한번은 완주를 하려고 노력했다. 애시 당초 기록 단축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달리기를 즐긴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풀코스라는 목표가 있어야 조금이라도 운동을 하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몸은 극도로 에너지 효율적이다. 기본 세팅은 가급적 움직임을 최소화하도록 되어 있는 반면에 움직이어야 만 할 때(과거에는 주로 식량을 구하러 다닐 때)는 뇌의 도파민 분비를 통해 움직임에 합당한 보상을 준다. 살아오면서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항상 힘들었지만 운동을 하고 난 뒤에는 항상 만족스러웠다. 운동을 하지 않아도 식량을 구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나로서는 마라톤 풀코스가 운동 시작이라는 초기 장벽을 넘게 하는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나의 마라톤 인생에서 최절정기는 2014년 국내 3대 마라톤이라고 할 수 있는 동아, 춘천, 중앙 마라톤을 한해에 모두 제한 시간 안에 완주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때였다. 최고기록인 4시간 38분 26초도 이때 나왔고 심지어는 누군가의 페이스메이커를 해주기도 하였다. 그 다음부터는 내리막이었다. 2016년 춘천마라톤에서는 5시간을 넘겨서 들어왔고 게다가 출발 조를 지키지 않고 앞선 조에서 출발했다고 실격 처리되어 공식 기록조차 없다. 올해는 최악이었다. 동아마라톤에 나갔다가 하프를 좀 지난 시점에서 회송차에 실렸다. 물론 그 전에 아킬레스 건을 다쳐서 하프만 뛰기로 맘을 먹고 출전한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마라톤 인생에서 최초의 실패가 기록된 것이다. 

  사실 달리기가 최상의 운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마라톤 대회에 나가는 것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지만 굳이 풀코스를 뛰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평소에 조깅을 하고 봄 가을로 한 번씩 하프마라톤 대회에 나가는 정도가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다시 풀코스에 도전하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마라톤 경력의 마지막이 실격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명예로운 은퇴에 대한 욕구가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국제마라톤 대회를 한번 참가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마라톤 대회가 마라토너들만이 잔치인지라 일반 시민들은 별관심이 없고 어떤 사람들은 교통통제 하는 것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하기도 한다. 뛰는 사람 마음도 덩달아 불편해진다. 반면 해외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 그 곳에서는 마라톤 대회가 그 지역의 축제같이 치러지기 때문에 한번 해외마라톤의 맛을 보게 되면 국내대회는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평양마라톤 대회는 꼭 한번 참가해보고 싶고 조만간 가능할 것 같은데 지금 은퇴하면 기회가 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제한시간을 초과해서 마지막 완주를 한지 벌써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렸다. 그만큼 노쇠해졌는데 체중은 오히려 2킬로가 늘었다. 무엇보다도 연습이 충분하지가 않았다.

  한 가지 믿는 구석은 지난주에 30킬로미터 지옥훈련(?)을 무사히 마친 것이다. 나는 모든 마라톤 풀코스를 걷고달리기 방식으로 완주했다. 1킬로미터를 달리고 30초를 걸은 다음 다시 1킬로를 달리는 방식으로 42.195킬로를 완주하는 것이다. 제프갤로웨이라는 유명한 마라톤 트레이너가 제안한 방식인데 아주 합리적이라고 믿고 있다. 달릴 때 쓰는 근육과 걸을 때 쓰는 근육이 다르기 때문에 오래 달려도 피로가 누적되지 않고 무엇보다도 1키로만 달리면 쉴 수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크게 안정이 된다. 나는 대회 전에 걷고달리기 30킬로미터 지옥훈련을 한 모든 대회에서 제한 시간 안에 풀코스를 완주했다. 반면 지난 두 번의 대회 때는 이 훈련을 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는 주최가 중앙일보에서 JTBC로 바뀌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JTBC가 주관하는 대회에서 재기에 성공한다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대회가 열리는 내일 날씨는 매우 화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라톤 하기에 꼭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좋은 날씨는 그 자체로 좋다. 내일 이 시간 내가 어떤 상태에 있을 지가 매우 궁금하다.

by 카이로스 | 2018/11/03 14:58 | 마라톤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hojangkwon.egloos.com/tb/442708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