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해야 할 일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석방한 2심 판결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법리와 상식에 어긋나는 잘못된 판결이라고 재판부를 정면 비판했고 정형식 판사를 특별감사 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사흘 만에 청와대 공식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넘어섰다. 삼권이 분립된 나라에서 행정부가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단기간에 청원에 동참한 것을 보면 국민들의 분노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일부에서는 담당 판사가 석방시키겠다고 미리 작심하고 개별 혐의에 대해 법리 판단을 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유무죄나 양형에 대해 판사가 사전에 결정을 한 상태에서 구체적인 법리 판단을 하는 게 법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지학적인 측면에서는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과제평가나 면접평가 등을 해보면 세부평가 항목에 대해 평가를 한 다음에 전체 점수를 매기기보다는 미리 총점을 가늠하고 세부 점수를 매기는 일이 흔히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가 있다면 이 판사가 석방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문제지 개별 혐의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어떻게 했는지는 중요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재용 부회장을 석방해야 한다는 정형식 판사의 생각은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일까? 리얼미터 여론 조사에 따르면 항소심 재판 결과에 공감하지 않는다58.9%, ‘공감한다35.7%로 나타났다. 무응답을 제외하고 보면 대략 40% 정도는 재판부의 판단에 공감한 셈이니 정형식 판사의 생각이 아주 황당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사실 이재용 부회장 1년가량 감옥에 있었기 때문에 나름 처벌을 받았다고도 볼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죄가 중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삼성의 오너를 마냥 감옥에 넣어두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 할 수 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지만 조지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나오는 것처럼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한 게 현실이니 말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감옥에 얼마만큼 있어야 국민들의 법감정에 부합할까?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법적으로 판단된 것을 보면 대략 범위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첫 번째 구속영장은 기각되었는데 이는 감옥에 하루도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일단 의미한다. 특검은 12년을 구형했는데 이것이 최대치라고 할 수 있다. 1심 재판부는 5, 2심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해서 결과적으로 1(정확하게는 353)을 감옥에 가야한다고 판단 한 셈이 되었다. 우리 국민을 이재용 부회장을 가장 가볍게 처벌(0)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부터 가장 엄하게 처벌(12)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까지 순서대로 줄을 세우면 1년 이하 처벌에 대략 40%(2심 재판부에 결정에 동의)가 줄을 서 있는 셈이다. 우리 국민의 50%가 동의하는 처벌 지점은 대략 1심 재판부가 선고한 5년 정도(1심 재판 후에 큰 논란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해서 판단해 볼 때) 아니면 항소심 재판부의 26개월을 집행유예없이 실형으로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재용 부회장은 국민들의 법 감정에 비추어보면 너무 일찍 감옥에서 나왔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 전까지는 자신이 감옥에 있는 것보다는 나와 있는 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1년 이하 처벌에 동의하는 사람이 현재의 40%에서 50% 이상으로 늘어나야 다시 감옥에 갈 위험을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재용 부회장은 석방되자마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삼성그룹 인사를 단행하였다. 삼성을 제대로 경영함으로서 국가 경제에 기여한다는 시그널을 주고 싶었을 테지만 효과가 있을 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 동안 자신의 경영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고 작년에 이재용 부회장이 감옥에 있었지만 삼성전자는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그리고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삼성이 아무런 경영실적이 좋아져도 일반 국민이 혜택을 누리기는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 이미 충분히 부자인 삼성 일가가 더 부자가 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좋아할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다행히 이재용 부회장만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부친으로부터 엄청난 재산과 불법의 멍에를 상속받았지만 동시에 진정한 삼성의 진정한 상속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유산도 받았는데 그건 다름 아닌 삼성백혈병사건이다.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황유미씨로부터 시작된 삼성백혈병 사건은 발생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삼성 본관 앞에는 피해 가족들과 시민단체(반올림)2년 넘게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화려한 삼성 강남사옥에 어울리지 않는 농성 천막은 초일류기업 삼성의 어두운 그늘을 상징하고 있다.

삼성에서 일하다 직업병이 생긴 피해자들의 요구 조건은 사과, 보상, 재발방지 대책 마련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사실 삼성은 세 가지 요구를 모두 수용했다. 2014년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이 공식사과했고 상당수의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불했으며 옴부즈맨 제도를 통해 재발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요구조건을 다 수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피해자들이 생각할 때 삼성의 조치가 진정성이 부족하고 너무 일방적으로 진행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자신의 주도 하에 문제를 풀겠다는 것인데 피해자들은 삼성을 신뢰할 수가 없는 것이다. 1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상호간에 너무 많은 불신이 쌓여서 마치 엉킨 실타래처럼 되어 버렸다. 삼성이나 피해자 측 모두 문제를 털고 가고 싶은데 엉킨 실타래를 풀 도리가 없는 것이다.

유일한 해결 방법은 실타래를 끊어 버리는 것이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이재용 부회장이라고 생각한다. 천막 농성장을 방문해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하면 아마 문제의 절반이 풀릴 것이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라고 삼성의 해당 임원들에게 단호하게 지시를 내리면 유능한 삼성 임원들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해결과정에서 삼성으로서는 자존심이 엄청나게 상하겠지만 그 만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감옥에서 일찍 나와서 우리 사회의 오랜 숙제인 삼성백혈병사건이 해결된다면 나는 최소한 심정적으로는 항소심 판결에 동의하겠다.

by 카이로스 | 2018/02/10 21:53 | 일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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