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했던 김대중마라톤 대회

아주 특별했던 김대중마라톤 대회(2017/12/10)

일년내내 어디에선가는 마라톤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중 한 겨울인 12월에 열리는 대회는 시즌을 마감하는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대개 기록보다는 즐기는 마음으로 참가하게 된다. 그래서 목포에서 열린 제1회 김대중마라톤 대회 하프를 선택했다. 11월의 중앙마라톤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을 갱신한 아내의 경우는 마무리 성격이 특히 강했고 고작 10킬로 대회 출전기록이 유일했던 나로서는 새로운 도전의 성격도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와 있었다. SRT를 타고 내려가는데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장거리 달리기의 요체가 효율적인 체열 방출에 있기 때문에 비 자체는 마라톤의 장애요소가 아니지만 추운 겨울날 시작부터 비를 맞고 뛰고 싶지 않은 것도 인지상정이다. DJ의 이름을 걸고 첫 번째 개최하는 대회에 비가 오다니. 상서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목포에 도착하는 비가 그치고 해가 나온다. 하늘이 도왔나 싶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김대중추모곡을 소프라노가 부르고 있다. 시작부터 범상하지가 않다. 아이돌이 나오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소프라노는 처음이다. 축사를 하러 온 정치인들의 면면이나 축사내용도 예사롭지가 않았다. 박지원의원이 이희호 여사의 축사를 대독했고 우원식대표가 자신의 정치역정과 DJ를 연결시켜 유세를 방불케하는 내용의 긴 축사를 했다. 안철수 대표는 장거리 달리기가 영어로 endurance running이라고 소개하면서 DJ의 인동초와 연결시켰고 달리기가 시작할 때는 항상 힘들지만 앞만 보고 한걸음씩 가면 결국 목표에 도달한다고 하였다. 가장 지적이고 달려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훌륭한 스피치였지만 현장 분위기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전날 우병우 관련해서 검찰 참고인조사를 받았다는 얘기를 하면서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해 얘기했는데 어떤 연유로 이곳까지 왔는지는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김홍걸씨가 인사를 했는데 연설 말미에 목포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는 것으로 볼 때 국회의원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긴 개회식이 끝나고 드디어 출발. 해안가를 따라 도는 코스였지만 경치가 썩 좋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다만 영산강 하구둑을 지나는 1킬로 정도는 영산강과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최상의 주로였다.(원래 주로는 도로를 달려서 양쪽을 볼 수 없지만 주로를 약간 벗어나 뚝방길을 달리면 환상적인 주로가 된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마라톤은 정말 정직한 운동이다. 대회 얼마 전부터 러닝머신에서 훈련하고 일주일 전에는 10키로를 달리기도 했지만 하프를 소화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간신히 제한 시간을 넘겨서 들어왔고 바로 뒤에 풀코스 선두주자가 들어온다. 그래도 하프를 완주했다는 성취감은 있었다. 바로 프린터에서 출력해준 기록증에는 이희호 여사의 이름이 있다.

지방 마라톤 대회의 최고 미덕은 푸짐한 먹거리인데 이번 대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막걸리, 부침개, 육개장 등 훌륭한 점심이 되었다. 완주메달과 음료와 빵은 모든 대회에서 나워주는 선물인데 추가로 묵직한 김대중어록 책을 선물로 준다. 마라톤 대회에서 책을 나눠주는 것은 좀 오버했다는 느낌이다. 대회장 옆에 있는 김대중노벨상기념관을 둘러봤다. 앞으로 우리 정치계의 이런 거인이 다시 나오기는 힘들 거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포탈에 김대중마라톤 대회 기사가 떴다. 소동이 있었고 박지원대표가 계란을 맞았다고 한다. 이래저래 아주 특별한 마라톤이었다. 내년부터는 정치만 조금 줄이면 김대중 대통령을 기념하는 훌륭한 시즌 마무리 마라톤 대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by 카이로스 | 2017/12/17 08:31 | 마라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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