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02일
십킬로 완주기
올봄부터 아내가 달리기를 시작했다. 주위 사람이 하는 것 중에 좋아보이는 것은 서스럼없이 따라해서 '따라쟁이'라는 별명이 있는 나는 자연스레 아내를 따라 달리기를 시작했다. 마침 집앞에 있는 센트럴파크 축구장에 트랙이 있어서 달리기를 하기에는 아주 좋은 조건이었다. 대략 트랙 한바퀴가 350미터 쯤 되는데 한번 10바퀴 정도도니까 3.5킬로미터 정도를 뛰는 셈이다.
뛰어보니 세상에 달리기만큼 정직한 운동이 없다. 전과정을 그냥 온몸으로 하는 것 말고 다른 요령이 있을 수 없다. 대부분의 운동이 좋은 장비(심지어 등산장비도 제대로 갖추려면 100만원은 쉽게 넘어간다.)를 필요로 하지만 달리기에는 특별한 장비도 필요없다.
달리기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어느날, 아내가 11월에 열리는 중앙마라톤(10킬로)에 참가신청을 덥석해버렸다. 목표가 생겼으니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우고 체계적으로 훈련을 했어야 마땅하지만 이러저러 바쁜일 때문에 일주 또는 이주 또는 3주에 한번씩 트랙을 10바퀴 도는 것 이상은 하지 못햇다. 그러다 지난주 일요일 대회 일주일을 남기고 대회시간과 같은 아침 8시에 실전연습을 아내와 함께 했다. 실전연습이란데 대단한 것은 아니고 트랙을 도는 대신에 집에서 반석산 주위로 난 자전거도로를 한바퀴 돈 것인데 길이가 3-4킬로 정도 될 것 같다.
실전연습 자체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는데 종일 가슴이 답답했다. 이게 달리기의 여파인지 얼마전부터 생기기 시작한 카페인에 대한 증상인지 잘 구별이 되지 않았다. 한동안 안 마시던 커피를 그날 아침에 마신것이다. 이유가 어쨌든 대회에 꼭 출전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회의론이 들기 시작한다. 중앙마라톤에서 티와 책자가 들어있는 우편물을 보내왔지만 뜯어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월요일 출근했다가 갑자기 생긴 오한때문에 일찍 퇴근했다. 저녁에 괜찮다가 화요일 오전에 다시 한번 오한이 나면서 그날 잡힌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집에서 쉬었다. 여기저기 자문을 구해보니 혹시 모르니 타미풀루를 복용하는게 좋겠다고 한다. 아내에게 연락하니 놀래서 일하다말고 죽과 함께 약을 구해왔다. 다행히 더 이상의 증상은 없었지만 마라톤 출전은 사실상 마음속에서는 거의 포기했다. 아내한테도 그냥 당신 혼자만 출전하고 나는 그냥 데리다만 주겠다고 넌즈시 애기해 놓았다.
전날인 토요일, 보통은 토요일에 일을 하지 않지만 지난번 빵구낸 약속 때문에 부득히 출근을 했다. 그런데 비 내리는 것이 심상치 않다. 아마 대회가 취소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저녁에 마지막으로 컨펌을 받기 위해 아내에게 말했다고 '잔소리말고 참석하라'말에 부랴부랴 우편물을 뜯어서 티셔츠 챙기고 번호표 부치고 법석을 떨었다.
당일 아침 쌀쌀하기는 했지만 다행히 비가 오지는 않는다. 서울시의료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대회장까지 걸어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참가자가 2만명이 넘는다니). 아침 8시 풀코스를 뛰는 사람들이 먼저 출발하고 20분경에 출발했다. 정확히 출발선이 어딘지도 모른채 앞사람 따라 출발한 것이다.
절대 심박동수를 올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걷는 것보다는 조금빠른, 가장 느린 속도로 뛰었다. 아내도 같이 보조를 맞춰 뛰었다. 계속 추월을 당해서 뒤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반환점을 돌 무렵 아내는 속도로 내기 시작했다. 나는 내버려두고 혼자 앞서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원래 페이스를 유지했다. 뛰면서 상점에 있는 유리창을 통해 내모습을 보았다. 구부정한 상체가 보이다. 언제 저렇게 굽었을까.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 뛰는데 갑자기 허용시간이 초과되었으니 버스에 타라는 소리가 들린다. 소위 '회수차'가 있어서 뒤처진 사람들을 태워간다는 말을 들은지라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잠실주경기장 트랙이다. 마라톤은 참 민주적인 운동이라라는 생각이 든다. 일류선수나 나 같은 사람이나 똑같은 코스로 달리는 것이다(출발시간만 다를뿐) 트랙을 한바퀴 돌아 결승선에 도달한 무렵 먼저 도착한 아내가 환영해준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마누라밖에는 없다. 결승적 도착 시간은 1시간 16분, 10킬로 제한 시간이 1시간 20분이니 무려 4분이나 일찍 들어온 셈이다.
뿌듯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의 진보와 발전에 대한 생각은 접은지 오래고 못하는 것(할 수 없는 것)의 리스트가 하나하나씩 늘어나고 있는데 그 와중에 성취를 했으니 말이다. 아직까지 10킬로 정도를 아주 느린 속도로 뛸 정도는 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무엇보다 큰 소독이리라.
나눠준 간식을 먹고 마라톤 선수들이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선두권은 다 아프리카 선수들인데 계속 2위로 들어오던 빨간색 선수가 트랙에 들어서자 마저 속도를 내더니 역전을 했다. 노란색 선수가 재역전, 다시 재역전 결국 빨간색 선수가 1초차로 우승을 했다. 계속 2등으로 달리다가 나중에 추월해서 우승해버리는 것이 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뭐라 할 일은 아니리라.
뛰어보니 세상에 달리기만큼 정직한 운동이 없다. 전과정을 그냥 온몸으로 하는 것 말고 다른 요령이 있을 수 없다. 대부분의 운동이 좋은 장비(심지어 등산장비도 제대로 갖추려면 100만원은 쉽게 넘어간다.)를 필요로 하지만 달리기에는 특별한 장비도 필요없다.
달리기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어느날, 아내가 11월에 열리는 중앙마라톤(10킬로)에 참가신청을 덥석해버렸다. 목표가 생겼으니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우고 체계적으로 훈련을 했어야 마땅하지만 이러저러 바쁜일 때문에 일주 또는 이주 또는 3주에 한번씩 트랙을 10바퀴 도는 것 이상은 하지 못햇다. 그러다 지난주 일요일 대회 일주일을 남기고 대회시간과 같은 아침 8시에 실전연습을 아내와 함께 했다. 실전연습이란데 대단한 것은 아니고 트랙을 도는 대신에 집에서 반석산 주위로 난 자전거도로를 한바퀴 돈 것인데 길이가 3-4킬로 정도 될 것 같다.
실전연습 자체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는데 종일 가슴이 답답했다. 이게 달리기의 여파인지 얼마전부터 생기기 시작한 카페인에 대한 증상인지 잘 구별이 되지 않았다. 한동안 안 마시던 커피를 그날 아침에 마신것이다. 이유가 어쨌든 대회에 꼭 출전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회의론이 들기 시작한다. 중앙마라톤에서 티와 책자가 들어있는 우편물을 보내왔지만 뜯어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월요일 출근했다가 갑자기 생긴 오한때문에 일찍 퇴근했다. 저녁에 괜찮다가 화요일 오전에 다시 한번 오한이 나면서 그날 잡힌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집에서 쉬었다. 여기저기 자문을 구해보니 혹시 모르니 타미풀루를 복용하는게 좋겠다고 한다. 아내에게 연락하니 놀래서 일하다말고 죽과 함께 약을 구해왔다. 다행히 더 이상의 증상은 없었지만 마라톤 출전은 사실상 마음속에서는 거의 포기했다. 아내한테도 그냥 당신 혼자만 출전하고 나는 그냥 데리다만 주겠다고 넌즈시 애기해 놓았다.
전날인 토요일, 보통은 토요일에 일을 하지 않지만 지난번 빵구낸 약속 때문에 부득히 출근을 했다. 그런데 비 내리는 것이 심상치 않다. 아마 대회가 취소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저녁에 마지막으로 컨펌을 받기 위해 아내에게 말했다고 '잔소리말고 참석하라'말에 부랴부랴 우편물을 뜯어서 티셔츠 챙기고 번호표 부치고 법석을 떨었다.
당일 아침 쌀쌀하기는 했지만 다행히 비가 오지는 않는다. 서울시의료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대회장까지 걸어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참가자가 2만명이 넘는다니). 아침 8시 풀코스를 뛰는 사람들이 먼저 출발하고 20분경에 출발했다. 정확히 출발선이 어딘지도 모른채 앞사람 따라 출발한 것이다.
절대 심박동수를 올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걷는 것보다는 조금빠른, 가장 느린 속도로 뛰었다. 아내도 같이 보조를 맞춰 뛰었다. 계속 추월을 당해서 뒤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반환점을 돌 무렵 아내는 속도로 내기 시작했다. 나는 내버려두고 혼자 앞서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원래 페이스를 유지했다. 뛰면서 상점에 있는 유리창을 통해 내모습을 보았다. 구부정한 상체가 보이다. 언제 저렇게 굽었을까.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 뛰는데 갑자기 허용시간이 초과되었으니 버스에 타라는 소리가 들린다. 소위 '회수차'가 있어서 뒤처진 사람들을 태워간다는 말을 들은지라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잠실주경기장 트랙이다. 마라톤은 참 민주적인 운동이라라는 생각이 든다. 일류선수나 나 같은 사람이나 똑같은 코스로 달리는 것이다(출발시간만 다를뿐) 트랙을 한바퀴 돌아 결승선에 도달한 무렵 먼저 도착한 아내가 환영해준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마누라밖에는 없다. 결승적 도착 시간은 1시간 16분, 10킬로 제한 시간이 1시간 20분이니 무려 4분이나 일찍 들어온 셈이다.
뿌듯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의 진보와 발전에 대한 생각은 접은지 오래고 못하는 것(할 수 없는 것)의 리스트가 하나하나씩 늘어나고 있는데 그 와중에 성취를 했으니 말이다. 아직까지 10킬로 정도를 아주 느린 속도로 뛸 정도는 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무엇보다 큰 소독이리라.
나눠준 간식을 먹고 마라톤 선수들이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선두권은 다 아프리카 선수들인데 계속 2위로 들어오던 빨간색 선수가 트랙에 들어서자 마저 속도를 내더니 역전을 했다. 노란색 선수가 재역전, 다시 재역전 결국 빨간색 선수가 1초차로 우승을 했다. 계속 2등으로 달리다가 나중에 추월해서 우승해버리는 것이 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뭐라 할 일은 아니리라.
# by | 2009/11/02 13:33 | 일반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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