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8월 05일
30년만에 다시 읽는 전쟁과평화-프롤로그
중학교 여름방학때의 시골에 있는 외갓집 평상에서 전쟁과 평화를 읽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에 많은 집이 그랫듯이 우리집에도 세계문학전집이 있었는데 그중의 한권인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여름 방학때 꼭 독파하겠다고 결심하고 외갓집에 내려갈 때 가져가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나 지루하고 재미가 없던지 당장이라도 팽게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당시에는 뭘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지금보다 훨신 심했던지라 꿈 참고 읽었다. 한가지 꾀를 낸것은 사람들의 심리묘사나 당시 사회상황에 대한 장황한 설명은 건너뛰고 스토리 위주로 읽는 것이었다. 결국 끝을 봤고 톨스토의 '전쟁과 평화'를 독파했다는 약간의 성취감을 얻었다.
얼마전부터 고전을 다시 읽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기 시작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아마도 노화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자각과 함께 앞으로 새로운 것을 성취하기 보다는 남은 인생동안 호모사피엔스의 본질을 체험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있었던 것 같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이리저리 뒤적이다 파우스트를 비롯한 몇권의 책을 구입하기도 하고 들춰보기도 했는데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얼마전에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지에서 '전쟁과평화'를 역대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다는 뉴스를 보는 순간 중학교 때의 기억이 되살아난감 동시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저없이 인터넷 서치를 통해 번역이 잘 되 있다는 인디북(박형규역)에서 나온 5권짜리를 구입했다.
이번에는 예전처럼 덜컥 읽기 시작하지는 않고 사전준비를 많이 했다. 우선 이렇게 헤비한 정찬을 먹기 위해서는 에피타이저가 꼭 필요한데 그리샴의 신작 어소시에이트를 선정했다. 미국 변호사들이야기인데 별다른 감동은 없었지만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책을 계속 붙잡게 하는 정도의 흡인력은 있었다. 한가지 얻은 것이라면 미국 변호사들의 일하는 스타일인데 이사람들은 일하는 시간을 기록해서 시급을 고객에게 청구한다. 즉 일을 시작할 때 스톱워치를 누르고 잠시 쉴때는 스톱시키고 다시 일을 시작하면 다시 시간을 기록한다. 이렇게 시간을 기록해서 초짜는 시간당 200불을 청구하고 고참은 그 몇배를 청구하는 것이다. 나야 구지 따지면 시급이 몇십불 수준이고 청구할 때도 없긴 하지만 그래도 시간을 카운트하면서 일하니까 집중력이 높아진다. 일하다가 어느새 인터넷의 이곳저곳을 헤매는 일이 많이 줄어든 것이다.
에피타이저를 먹고 드디어 메인디쉬를 시작했다. 아울러 크로스체킹을 위해서 audible.com에서 '전쟁과 평화' 오디오북도 같이 구입을 했다. 영어로 나오는 오디어북을 이해하기가 쉽진 않지만 어쨌든 두개 이상의 레퍼런스가 있어야 내용을 믿을 수 있는 직업병은 어찌하기가 어렵다.
이제 막 1권을 읽었는데 가독성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읽힌다.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예전에 마냥 지루했던 사람들의 심리묘사가 매우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어려움이 있다면 웬놈의 백작, 공작이 그리 많고 이름도 어찌나 생소하고 긴지 등장인물 파악이 쉽지 않다. 결국은 자주나오는 사람이 주인공이니 조만간 익숙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by | 2009/08/05 14:32 | 일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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