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5월 24일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며
많은 국민들이 그렇겠지만 나도 어제 노무현 전대통령의 소식을 듣고 나서부터 머릿속이 뒤숭숭하고 어젯밤 꿈자리도 사나왔다. 금요일 강릉에서 열린 학회에서 참석하기 위해 아침 일찍 서둘러 나서다보니 곤색 양복을 입는 다는 것이 그만 상복으로나 입던 검정색양복을 입은 것을 나중에야 발견하고는 하루 종일 영 찝찝했었는데 그게 전조라도 되었던 것인가,
노무현 전대통령은 지난 20년 동안 항시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었고 지난 5년은 이 나라의 대통령이 이었으니 거의 모든 사람이 이런저런 인연과 기억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노무현 전대통령을 한번도 직접 만나본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전혀 인연이 없다고도 할 수 없다. 노무현이 전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던 선거에서 투표를 했고 대통령재임 시절에 이 땅의 국민으로 살았다는 것 이상의 인연 말이다.
나는 대통령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있으면서 노대통령이 보내는 명절 선물을 몇 차례 받았다. 당시 내 주위에는 노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던지라 내놓고 자랑하지는 못했지만 대통령의 선물(개인적은 것은 아니었지만)을 받았다는 것이 내심 흐뭇했던 것은 사실이다.
대통령에서 물러 난 후에 나는 경향신문에 ‘정조와 노무현 그리고 담배’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당시 나는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하고 있었는데 정조와 노무현 전대통령이 이미지도 비슷하고 모두 흡연자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에 착안하여 최고지도자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문제가 있었으며 국가에서 실내흡연을 금지시키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쓴 것이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이 글을 읽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읽었더라도 자신을 비난하는 글이 아니고 간접흡연 피해에 대한 글이라는 것을 잘 이해했으리라 믿지만 혹시라도 쓴웃음을 짓지나 않았을까 마음에 걸린다.
노무현 대통령은 바위에서 투신하기 직전에 경호원에게 담배가 있는지 물어봤다고 한다. 누가 담배의 스트레스 해소효과에 대해 얘기하면 이는 담배중독 상태에서 체내 니코틴 농도가 낮아지면서 생기는 금단증상의 해소에 불과하다고 의학적으로 설명하곤 했지만. 담배를 피워 본 사람이라면 63년의 인생을 마무리하는 바로 그 시점에서 한모금의 담배가 어떤 효용을 갖는지는 누구나 잘 알 것이다. 그때 그 경호원이 담배를 가지고 있어서 마지막 순간을 담배와 함께 했으면 조금 덜 외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갔고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남은 사람들의 몫이 되었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치적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는 별도로 어제의 비극에 대해서도 역사적 평가가 내려질 것이다. 치졸한 정치보복이 낳은 참사로 평가가 되거나 아니면 비리스캔들의 비참한 결말로 기록될 터인데 역사가 기본적으로 승자의 입장에서 기록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치러질 일련의 선거결과들이 어제의 비극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좌우할 것이다. 나는 내 나름대로 내 몫을 하겠지만 나의 동시대인들은 어떤 선택을 하려나.
# by | 2009/05/24 15:24 | 일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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