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3월 08일
진화의학의 측면에서 보는 임신
입덧, 유산, 임신중독증과 같이 임신과정에 나타나는 여러가지 현상들을 진화의학적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먼저 입덧은 방어기전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결함으로 봐야 할지 논란이 많다. 임신초기의 여성들을 너무 쇠약하게 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입덧을 줄이거나 없애려는 의학적 시도들이 있었다. 이러한 시도 중에 가장 비극적인 것을 잘 알려진대로 1950년대에 있었던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라는 약물에 의해 무려 12,000명에 이르는 기형과 유산이 발생한 것이다.
입덧은 뭔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기보다는 자라나는 태아를 지켜주기 위해 오랜기간 동안 진화해온 방어기전일 수도 있다. 임신초기의 입덧과 음식혐오증은 일차적으로는 호르몬(특히 임신초기에 상승하는 hCG와 에스트라디올)에 의한 것이지만 진화의학적 해석은 잠재적으로 독성이 있는 음식에 대해 혐오감을 갖게 하는 것이 임신초기 3개월의 태아를 보호하여 임신성공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즉 임신초기에 입덧을 하는 경향은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으로 진화해온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입신초기의 구역질과 구토가 갖는 적응적 가치에는 한계가 있다. 아주 심하게 오랫동안 지속되는 입덧은 탈수와 체중감소로 이어져 병원에 입원하거나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입덧이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태아보호가설'은 주로 영양상태가 좋은 산모들은 관찰한 결과에 의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기도 하다. 임신 전부터 영양상태가 안 좋은 산모들은 입덧으로 인해 심한 영양부족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만들어진 수정란의 상당수는 자궁에 착상하지도 못한다. 착상한 것중에 10-20%는 임신 첫 3개월에 유산된다. 임신성공률은 최대화시키는 것이 결국 진화의 승자라면 초기에 유산되는 것은 어떤 이점이 있을까? 초기유산은 특정상황하에서는 분명히 도움이 된다. 자손의 질이 양보다 중요한데 왜냐하면 매 임신, 출산 양육과정에서 엄청난 투자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자손을 만들어낼 만큼 건강하지 못한 아이를 임신해서 출산 양육하는 것은 에너지의 낭비이기 때문에 차라리 다음 자식(보다 건강해서 이세를 낳을 가능성이 많은)에 에너지를 쓰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다. 실제로 첫 3개월 동안 유산되는 임신의 상당수는 염색체 이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의사들은 유산을 병으로 생각하여 그것을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곤 한다. 유산이 진화과정의 실수에 대한 해결책인데도 말이다.
태아는 때로 이식된 조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피부이식을 하면 종종 실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태아라는 이식 조직이 때로 실패하는(유산하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특히 태아 조직은 엄마와 평균적으로 유전자의 50%만 공유하는 것을 감안하면).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임신을 부모와 영아의 갈등(엄마의 이해관계와 영아의 이해관계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으로 이해하는 것이 유용하다. 때로는 엄마의 입장에서 자신의 건강 또는 자신의 현재 아이 또는 나중에 생길 아이의 건강을 방해하는 임신을 끝내는 것이 최상의 선택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뱃속의 태아 입장에서는 상황이 아무리 나쁘더라도 임신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다. 결론적으로 태아는 유산을 최소화해서 자신의 생존을 최대화하려는 진화적 전략을 발전시켜 왔고 마찬가지로 엄마는 위험이 있는 태아를 발견해서 적절하게 처리하는 전략을 진화시키온 것이다.
임신의 처음 삼개월을 무사히 넘기면 유산의 위험은 현저히 줄어들지만 엄마와 태아의 갈등은 지속되는데 특히 영양분을 두고 경쟁한다. 공중보건학적 관점에서 보면 엄마가 임신 중에 심한 영양부족을 경험하면 태아의 자궁환경도 나빠져서 유산이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런 예상은 자주 빗나가서 기근이나 전쟁과 같이 음식을 거의 섭취 못하는 상황에서도 출산에 성공한다. 이런 현상을 엄마의 건강을 위협하더라도 태아가 임신을 지속시키는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물론 출산했다고 해서 자궁 속에서의 영양부족 상태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런 아이들은 자궁 속에서 성장장애가 있어서 잉태기간에 비해 작게 태어나고 평생동안 건강에 영향을 받는다는 증거들이 많이 있다.
엄마와 태아 사이에 영양분을 두고 벌어지는 경쟁관계가 임상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임신 중 당뇨와 임신중독증(고혈압)이다. 임신 중 당뇨와 중독증은 모두 엄마의 생리적 상태를 태아에게 산소와 영양분의 전달을 증가시키는 쪽으로 하다보니 생기는 병이다. 당뇨가 없는 여성은 혈당이 식사 후에 올라갔다가 인슐린이 분비되면 혈당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임신 후반기에는 식사 후에도 당과 인슐린이 높은 상태로 유지되어 태아를 이롭게 한다. 태아가 엄마의 건강을 희생시키는 댓가로 보다 많은 당분을 섭취하는, 즉 태아의 이해관계가 엄마의 이해관계에 상반되게 작용하는 예인 것이다. 엄마에서 혈당이 높게 지속되면 저혈당증을 초래할 수도 있고 태아의 건강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임신 중 당뇨가 생긴 여성이 낳은 아이는 나중에 당뇨병이 생길 위험이 높다. 이것은 임신 중의 영양분 섭취의 적정량이 있고 이보다 지나치게 많거나 적으면 임신 중 합병증이 생기고 엄마의 아이 모두 장기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신 중 당뇨가 선진국에서 많이 생긴다면 임신중독증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발생한다. 임신중독증은 산모의 혈압이 높아지는 증상으로 전체 임신의 10% 정도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중독증은 미숙아 출산의 중요한 원인인데 왜냐하면 임신중독증의 치료방법은 태아와 태반을 배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임신중독증이 있는 상태로 임신이 계속되면 산모의 신장, 간, 뇌에 손상을 입게 되고 심한 경우 간질이 발생하기도 한다. 게다가 단기적인 영향은 출산과 함께 좋아지지만 엄마의 건강에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들도 있다. 불행히도 임신중독증을 연구할 수 있는 동물모델이 없기 때문에 원인과 치료방법에 대한 연구가 어려운 실정이다. 임신중독증이 호모사피엔스의 뇌가 커지는 쪽으로 진화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들이 있다. 점점 커지는 태아의 두뇌발달에 필요한 산소를 적정하게 공급하기 위해 태반이 엄마의 조직 속으로 점점 더 깊게 침투하면서 임신중독증이 생긴다는 것이다.
임신중독증은 보통 첫째 임신 때 나타난다. 임신중독증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진화의학적 권고는 성관계를 가진 후 몇 달 후에 임신을 하도록 하는 것인데 임신중독증이 첫째 임신에 주로 나타나는 질환일 뿐아니라 새로운 정자노출과 관련된 커플의 질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임신을 몇달 늦춤으로서 여성의 면역체계가 남성의 항원에 적응할 기회를 줘서 태아라는 동종이식물을 공격할 확률을 낮춰주는 것이다.
# by | 2009/03/08 21:27 | 트랙백 | 덧글(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