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1월 04일
한국형 뉴딜
요즘 경제가 매우 어렵다. '이웃이 직장을 잃으면 불황이고 내가 직장을 잃으면 공황'이라는 데 올해 우리 경제는 불황과 공황 사이에 어디쯤 위치하게 될 것이다. 경기침체 때는 빚을 내서라도 정부지출을 늘려서 실업자를 구제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조치들을 취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1930년대 대공황 때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이 취한 뉴딜(New Deal)정책일 것이다. 뉴딜정책을 대규모 토목공사 정도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상은 경제운용 방식 내지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담고 있다. 즉 공황을 초래한 기존의 자유방임적 경제제도를 포기하고 정부가 직접 나서서 경제 시스템을 개혁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보장제도를 정비하는 등 국민의 생활을 직접 보살피겠다는 의지가 정책으로 표현된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미국의 오바마 정부도 신(新) 뉴딜 정책을 발표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노후한 사회기반시설과 공공건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획기적인 교육환경개선 사업, 초고속인터넷망 확충 등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미국의 차기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가장 시급한 과제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 그래서 한국형 뉴딜에서 꼭 담아할 내용은 무엇일까?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적자재정을 편성하여 대규모 사업을 했을 때 그 빚을 갚아 줄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핵심근로계층(25-49세)의 숫자는 2007년 2100만명을 정점으로 이미 감소하기 시작했다. 잘 아는 것처럼 낮은 출산률이 원인이다. 1970년 한해 100만명이 출생하던 것이 2005년에는 44만명으로 반토막이 나 버렸다. 통계청의 추정에 따르면 2050년에는 23만명으로 다시 반토막이 날 것이다.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가 된 것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데 반해 보육환경은 거기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남녀 차별 없이 똑 같이 교육받고 사회 생활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지만 애를 낳은 사람이 양육에 대한 책임을 옴팡 뒤집어쓰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다. 직장을 다니던 사람은 직장을 포기하거나 다행히 직장을 유지하더라도 경력에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직장 다니면서 애를 키우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슈퍼우먼이 되어야 한다. 다들 눈물없인 들을 수 없는 소설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전업주부를 해서 애를 잘 키운다고 해서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존경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누가 아이를 낳으려고 하겠는가?
정부에서는 올해부터 저소득층 가정의 1세 미만 아이에게는 월 10만원의 양육수당을 주고 소득하위 50% 계층에는(전체 보육 대상 아동의 20%에 해당하는) 무상보육을 실시한다고 한다. 진일보한 조치이고 해당자들은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애를 갖을지 고민하는 젊은 부부가 출산을 결심하게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인 보육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야한다. 출산은 가정에서 하되 보육은 국가에서 책임진다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원하면 언제든지 자녀를 보육시설에 보내서 최상의 보육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수많은 보육시설을 짓고 보육교사를 채용해야 할 것이다. 건설경기가 활성화되고 많은 사회적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한국형 뉴딜에는 미래세대와의 약속이 담기면 좋겠다. 배속의 태아에게, 그리고 아직 엄마 아빠의 몸안에 있는 난자와 정자에게 약속하는 것이다. 이 땅에 일단 태어나기만 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보육과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고 해주겠다고. 대신 나중에 열심히 일해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진 빚도 갚아주고 우리의 노후도 책임져야 한다는 꼬리표가 달려 있기는 하지만 그 얘기를 미리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by | 2009/01/04 21:09 | 일반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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