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29일
주례사
먼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해주시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하객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래도 한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여러분이 참석하고 있는 이 결혼식이 A급 결혼식이라는 것입니다. 군대에서는 신품을 A급, 중고를 B급이라고 하는데 신랑, 신부는 물론 처음 결혼식을 하는 A급 신랑, 신부이고 저도 처음 주례를 보는 A급 주례이고, 사회를 보는 강승완 군도 처음 결혼식 사회를 보는 A급 사회입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신랑 정우철군과의 특별한 인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당시 본과2학년이던 정우철군이 방학 때 예방의학을 공부하겠다고 저를 찾아 온 이후로 정우철군과 저는 보통의 사제관계를 넘어서는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정우철군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산업의학전공의과정을 밟는 동안 경남 고성에서 발생한 이타이이타이병 의심사건에 대한 역학조사를 비롯하여 많은 일을 함께 해왔습니다. 현재 정우철군은 공군 군의관 복무를 마치고 서해안기름유출사고를 조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태안환경보건센터 역학조사 팀장 겸 단국의대 예방의학교실의 연구교수로서 저와 같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신부 변경혜 양은 조상 대대로 제주도에서 살아온 제주도 토박이입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제주지역의 대표적인 신문인 제민일보의 기자로 오랫동안 일했습니다. 작년에는 청와대출입기자의 자격으로 평양에서 이루어진 남북정상회담을 취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인터넷 신문인 레디앙의 정치부기자입니다.
의사 신랑과 정치부기자 신부. 얼핏 보면 잘 매치가 안되는 조합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일단 두 사람이 인상이 매우 비슷합니다. 부부는 살면서 닮아간다는 말이 있지만 이 부부는 시작부터 오누이처럼 닮아 있습니다. 생김새뿐 아닙니다. 두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도 비슷합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개인의 안락함만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두 사람은 지식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힘든 길을 마다하지 않고 걸어왔습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 소통이 잘 됩니다. 신랑이 제게 말하기를 여자친구가 말이 잘 통해서 좋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 사람은 어려운 시기를 함께 했습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직후에 정우철군이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여러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하면서 재활치료를 받았습니다. 인생의 가장 어려운 시기에 옆에 있었던 사람이 신부 변경혜양입니다.
따라서 저는 이 부부가 대한민국의 가장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부부로서 모범적인 결혼생활을 할 것으로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인생의 선배로서 한두가지 당부를 하려고 합니다.
먼저 가정의 행복에 관련된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가정을 휴식이 있는 안식처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가사노동과 감정노동이 이루어지는 또 다른 삶의 현장입니다. 오늘 결혼식을 통해 신랑과 신부는 안식처를 갖게 된 것이 아니라 바쁜 와중에 또 다른 일을 갖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좋은 소식은 가정이라는 현장은 노력하는 만큼 항상 그 이상의 보상이 있는 곳입니다. 투자대비 효과가 가장 높은 것이 배우자에 대한 투자이고 가정에 대한 투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다보면 어느새 가정은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제가 얼마 전부터 집안에서 화초를 키우면서 화초키우기가 결혼생활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물을 제때 주지 않으면 잎이 시들고 타들어갑니다. 물을 제때 못준 이유는 화초입장에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물을 주지 않으면 시들고 말라버릴 뿐입니다. 매주 물주는 것이 번거로운 일이지만 어느새 그것이 삶의 즐거움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결혼생활은 화초물주기와 같다는 것을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 당부는 두사람이 꼭 감당해야할 사회적 책임에 관한 내용입니다. 21세기의 화두는 지속가능한 발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낮은 출산율입니다. 모든 가정이 두명씩은 자녀를 가져야 현재 인구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여성의 합계출산율은 1.2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여태까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고민해온 두 사람이 사회에 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여가 다름아닌 신랑신부의 부모님들이 하신 것처럼 신랑신부와 같이 훌륭한 아이들을 만들어 사회에 선물하는 것이라는 것을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날씨도 춥고 경제도 어려워서 마음이 움츠러드는데 이 결혼식을 통해 희망의 싹을 보게 됩니다. 아름다운 부부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주례사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by | 2008/12/29 00:58 | 일반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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