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람이를 보내며

드디어 어제, 계속 말썽을 부리던 싼타페를 팔아버렸다. 마지막에 미션에 문제가 있어서 또 값이 깍이는 바람에 제값을 받지는 못했지만 오래된 어쨌든 숙제(차팔고 새차사기)의 첫번째 단계를 해결했다는 생각에 속은 개운했다. 그리고 아내와 두딸에게 차를 팔았다는 문자를 보냈는데 작은딸에게서 답신이 없다."악, 그럼 우람이를 배신"
싼타페를 처음 샀을 때 이름을 우람이라고 지었다. 차가 울룩불룩하기 때문에 지금봐도 아주 적절한 이름이었던 것 같다. 우람이는 차체에 비해 엔진출력이 낮아서 성능은 별로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제대로 나온 SUV 차량이고 놀러다니기에는 여러가지 장점이 많았다. 우람이는 7년이 넘게 우리와 함께 있었는데 이 시기가 얘들이 성장하던 시기(보다 정확하게는 먹을 꺼만 제때 주면 어디던지 마음껏 데리고 다닐 수 있었던 시기)라 대부분의 가족여행을 함께한 식구같은 존재였다. 그러던 우람이가 작년부터 노쇠증상을 보이기 시작해서 수시로 퍼지고 미션, 제너레이터, 타이밍벨트 등 교환을 안한 부품이 없을 정도이고 돈도 조금 과장하면 중고차값만큼은 들어갔다. 그리고 얘들도 머리가 커지면서 부모랑 함께는 어디든 가려고를 하지 않아서 우람이와 함께 가족여행을 마지막 한게 언젠지 가물가물할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지난주부터 또 다시 말썽을 일으켜서 드디어 싼타페를 팔아버리고는 앓던 이 빠진 것처럼 시원했는데 딸의 문자는 내가 팔아버린 그차가 바로 우람이었음을 상기시켜 준 것이다. 오늘 아침에 출근하면서 보니 주차장에 우람이가 없다. 우람이와 함께 한 우리 가족사의 한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by 카이로스 | 2008/12/03 11:04 | 일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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