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목표

주말 예능프로그램인 ‘남자의 자격’에서 김태원이 자신의 라이프스토리를 얘기하는 것을 정말 우연히 들었다. 세상사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는 것 같은 말과 행동이 특이하다고는 생각했지만 특별한 선호가 있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얘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부활의 리더로서 이승철과 함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이승철이 떠난 후에는 급전직하해서 무명에 가까운 생활을 보내는 롤러코스터가 같은 인생을 반복했던 그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했던 결심은 ‘최고의 가수가 되자’가 아니고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지 말자’였다. 그래서 그의 고급 프라다 옷의 주머니에는 항상 담배꽁초가 가득했지만 자신이 결심한대로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실천을 통해 커다란 성취감을 느꼈고 오늘날의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목표가 가져야 할 덕목으로 흔히 SMART를 얘기한다. 목표는 구체적이고(specific) 측정가능(measurable)하고 달성가능(achievable)하고 결과지향적(result-oriented)이고 기한 내에 (time-bound)달성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공교롭게도 김태원의 결심은 여기에 모두 해당이 된다.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는 것이 목표로 삼을 만큼 가치 있는 일이 아닐 수 있지만 최고의 가수 또는 예능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 결코 오늘날의 성공에 이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고 계속해서 반복하면 그 안에 철학이 깃든다고 하는데 김태원의 결심은 매일 매일의 자기수양이자 성취였던 것이다.

여기서 영감을 얻어 최근에 나도 인생의 목표를 하나 세웠다. 베스트 티칭 어워드를 받는 것도 아니고 저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것도 아니고 높은 공직에 오르는 것도 아니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도 아니고 하루에 만보를 걷는 것이다. 보통의 내 생활에서 하루에 걷는 거리를 보면 아파트 나와서 지하주차장까지 백보, 주차장에서 연구실까지 삼백보(엘리베이터 타면 이백보), 밥 먹으로 식당 갔다 오면 칠백보, 화장실 한번 갔다 오면 백보, 설사병이 나지 않는 한 다 합쳐도 삼천보를 넘기기 어렵다. 대중교통 수단을 타고 돌아다니면 한 육천보 정도까지 걷지만 그래도 만보에는 한참 미달이다. 그래서 만보를 채우려면 달리기라는 꼼수(?)를 추가해야 하는데 한 5 킬로 정도를 달리면 육천보 정도를 추가하니까 얼추 만보를 달성할 수 있다. 날마다 스케줄이 좀 다르니 목표를 하루 단위로 하지 않고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에 칠만보를 채우는 것으로 했다. 주중에 부족한 것은 주말에 장거리 달리기로 메울 심산으로. ‘일주일 칠만보’를 시작한 첫 주인 지난 주 일요일 밤에 만보계를 보니 70,164보로 목표를 가뿐히 달성했다(인증샷 참조). 출발이 아주 좋다.

50세 남자의 기대여명은 30년 정도 되니 앞으로 1,560번(30년 x 52주)의 도전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목표를 충실히 수행하면 내 인생은 분명 성공한 인생이 될 거라는 강한 확신이 든다.

 

by 카이로스 | 2012/05/17 14:51 | 일반 | 트랙백 | 덧글(0)

마라톤은 왜 42.195 km를 뛰나?

마라톤은 왜 42.195 km를 뛰나?

19세기 후반, 고대 그리스에서 열린 올림픽을 부활시키려는 구상이 진행되고 있을 때 프랑스인 미셸 브레알은 기원전 490년경에 마라톤 평원에서 벌어진 그리스연합군과 페르시아군의 전투에서 그리스연합군이 승리한 것을 아테네까지 달려가서 시민들에게 전하고 탈진해서 사망한 전령을 기념하는 달리기 대회를 제안한다. 마라톤 마을에서 아테네 시내에 새로 지은 스타디움까지 대략 40 km에 이르는 장거리 달리기 인데 고대 그리스나 로마에서는 이런 종류의 장거리 달리기 종목은 없었으니 마라톤은 아무런 족보가 없이 그냥 역사학자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대회인 셈이다.

승리의 소식을 전한 전령의 이름은 페디피데스(Pheidippides)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 이런 이름을 가진 전령이 있었다는 것은 역사책에 있지만 승리의 소식을 전한 사람은 페디피데스가 아니고 에우클레스라는 이름의 전령이라는 설도 한 동안 유행했었고 전령이 소식을 전하고 탈진해 죽은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설도 있다. ‘러닝 한편의 세계사’를 지은 토르 고타스는 페디피데스가 소식을 전하고 탈진해 죽었다는 얘기는 신빙성이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당시 그리스에서는 하루 종일 달릴 수 있도록 특별히 훈련된 전령이 중요한 통신체계를 이루고 있었는데 페디피데스도 그러한 전령 중의 한명이었기 때문에 고작(?) 40km 남짓을 달리고 죽었을 리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기쁜 소식을 빨리 전하겠다는 생각에 오버페이스를 했다면 평소 그 보다 긴 거리를 달렸더라도 탈진해 죽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역사적 사실이 어떠하던 간에 마라톤 대회의 거리는 마라톤 평원에서 아테네 스타디움까지인데 문제는 그 길이가 42.195 km가 아니고 40 km 남짓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1896년 아테네에서 열린 첫 번째 올림픽의 마라톤 코스는 당연히 40 km이었다. 1900년 파리에서 열린 두 번째 대회는 40 km 보다 조금 길었고 세 번째 대회인 세인트루이스 대회에서는 다시 40 km, 그러나 모두 정밀하게 측량이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략 그 정도를 뛰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다 운명의 1908년 런던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42.195km를 뛰었는데 이 길이가 정해진 게 완전히 엿장수 마음대로였다. 시작과 끝이 영국왕실 가족들의 편의를 위해서 맘대로 정해진 것이다. 윈저궁에서 런던의 올림픽 스타디움까지 뛰는 코스였는데 관중 통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출발은 윈저궁의 동쪽 테라스에서 시켰고 피니쉬를 왕실 가족이 지켜보는 로얄 박스에서 하려고 스타디움에 들어와서 300m 정도 트랙을 돌도록 하였다. 엿장수 마음대로 정해지긴 했지만 그 이후로 마라톤 코스는 42.195 km로 정착되었다.

2004년 아테네에서 다시 하계 올림픽이 열렸을 때의 마라톤 코스도 40 km가 아니라 42.195 km 이었다. 그래서 마라톤 마을에서 아테네 올림픽 스타디움까지 바로 뛰지 못하고 유적지를 한번 돌고 나와서 오리지널 코스를 뛰게 했다. 10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오리지널을 주장하기에는 너무 무거워져 버린 것이니 페디피데스가 이 사실을 알면 지하에서 좀 억울해할지 모르겠다.

가장 유명한 러너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첫 번째 마라톤을 오리지널 코스에서 뛰었다. 정식 대회에 참여한 것이 아니고 그냥 혼자 뛰었는데 다만 방향을 마라톤 마을에서 아테네 쪽으로 뛴 게 아니라 아테네에서 출발하여 마라톤 시 쪽으로 뛰었는데 꽤 오랜 기간 동안 자신이 42.195km를 뛰었다고 생각을 했다고 한다. 어쨌든 그의 첫 마라톤 완주는 오리지널 코스가 아니고 그 다음에 출전한 호눌룰루 대회가 되었으니 본인은 상관이 없다지만 조금 아쉬울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올해 2012년 올림픽은 다시 런던에서 열린다. 왕실의 힘이 예전 만 못하니 임의로 코스를 정하지 못할 것이고 당연히 42.195 km를 뛰게 될 것이다. 얼마 전에 열린 런던 마라톤에서는 하반신 마비인 클레어 로마스가 특수보조장치를 이용해 무려 16일 만에 풀코스를 완주했다. 이제 누구도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지 못하는 이유를 대기는 어렵게 됐다.

이래저래 런던은 마라톤 역사에서 특별한 곳이 되었다.

by 카이로스 | 2012/05/14 23:30 | 마라톤 | 트랙백 | 덧글(0)

구름, 지구온난화, 탄소배출권거래제법

전 세계 기상학자 중 97%는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지구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 나머지 3%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절대 다수에 대적하는 이 용감한(?) 3%를 회의론자(skeptics)라고 부르는데 꼭 용감하다고 할 수 만은 없는 것이 이들은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싶어 하지 않는 정부(미국, 중국 등), 산업계 그리고 그 뒤에 숨어있는 우리들의 욕망(에너지를 마음껏 쓰고 싶어 하는)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회의론자 중에는 기본적인 과학적 사실(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인간이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높아졌다.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가 있다. 등)을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세련된 회의론자는 기본적 과학적 사실은 다 인정하지만 지구가 온난화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그 근거는 구름이다.

구름이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복잡하다 낮게 두껍게 형성된 뭉게구름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을 반사시키기 때문에 지구를 식혀주는 역할을 하고 반면에 높은 하늘에 얇게 형성된 구름(권운)은 태양 빛은 통과시키지만 지구에서 방출되는 열을 잡아두기 때문에(마치 온실가스처럼) 지구를 덥게 만든다.

회의론자 중에 가장 저명한 학자인 미국 MIT 대학의 Dr. Lindzen은 온실가스 때문에 지구 표면의 온도가 높아지면 열대지방에서 하늘로 올라간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비로 더 많이 내려 버리기 때문에 권운을 만드는 구름 핵이 부족해서 권운이 덜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온실가스가 높아진 만큼 온실가스 역할을 하는 권운이 줄어들어 쎔쎔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97%에 속해있는 주류 과학자들은 Lindzen의 연구 방법에 결함이 있기 때문에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과학계의 이단아인 Lindzen의 연구는 더 이상 주류 과학자들이 포진하고 있는 좋은 잡지에는 실리기 어렵다. 그래서 선택한 잡지가 한국에서 발생하는 잡지(Asia-Pacific J. Atmos. Sci.)라니까 우리나라가 여러 면에서 국제무대의 주역인 것이 맞기 맞는 모양이다.

며칠 전에(2012년 5월2일) 18대 국회가 60개가 넘는 소위 민생법안을 통과시킴으로서 오랜 만에 일을 했다. 이날 통과된 법안 중 우리 생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칠 법안은 국회선진화법도 아니고 약사법개정안도 아닌 탄소배출권거래제법이다. 기업들에게 온실가스 배출총량을 설정하고 초과분에 대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거나 배출권을 구매할 것을 선택하게 하는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에너지 사용 비용이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심하게 반대하던 것인데 허탈하리만큼 쉽게 통과되었고 뉴스의 주목도 받지 못했다.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된 사실 보다 앨 고어가 ‘한국 온실가스 거래법 통과 240만 팔로워에 트윗’ 했다는 것이 주요 뉴스가 되니 우리나라는 참 요지경이다. 어쨌든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힘들이지 않고 월척을 낚은 셈이 되었다.

기업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려는 노력이 성공하지 못하면 앞으로는 개인 단위에서 배출권 거래제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매일 240 L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니까 신생아들에게 평생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총량(대략 240 L/일 x 365일 x100년 = 8백8십만 리터, 좀 넉넉하게 천만 리터)에 대한 배출권을 주고 이 보다 더 쓰려면 다른 사람(예를 들면 방에 틀어 막혀 숨만 쉬고 사는 사람이나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사람한테)에게서 배출권을 구입해야 하는 것이다. 출근할 때 차를 몰고 가려면 먼저 배출권부터 구입해야 하고 달리기를 좀 오래하고 싶어도 역시 배출권부터 사야 된다. 배출 총량에 대한 생각없이 마음껏 에너지를 쓰고 살다가는 나이 오십에 ‘귀하는 더 이상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실 수 없습니다’라는 법원의 선고를 받고 생을 마감해야 될지도 모른다.

 

by 카이로스 | 2012/05/04 15:13 | 환경의학 | 트랙백 | 덧글(0)

고산병 완전정복

우리나라에서 한해에 네팔로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나는 사람이 만 명이 넘는다. 히말라야 트레킹의 묘미는 만년설에 덮여있는 지구의 최고봉들을 바라보면서 걷는 것이지만 3,000미터가 넘는 고산 환경에서 우리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느끼는 것도 매우 특이한 경험이다.

고산지대에 올라갈수록 공기가 희박해지면서 산소의 양도 감소한다. 3,000m 고지대에서 산소의 분압은 해수면의 70%이고 5,000m 고지대에서는 해수면의 50%에 불과하다. 히말라야에서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오를 수 있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고도가 5,500m 이니까 산소농도가 반 토막 난 공기를 마시는 경험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 우리 몸이 어떻게 적응하고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를 의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 몸의 반응

우리 몸의 세포가 산소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허파꽈리에서 산소가 확산을 통해 혈액으로 들어간 후 신체 장기로 이동하고 다시 장기 속으로 확산해 들어가야 하는데 저산소 환경에 놓이게 되면 산소 전달의 전 과정에 걸쳐 적응반응이 일어난다.

갑자기 고산에 오르게 되었을 때 첫 번째 나타나는 생리현상은 숨이 빨리 쉬어 지는 것이다. 공기 중의 산소 농도가 낮기 때문에 공기를 많이 마셔서 필요한 산소를 확보해야 한다. 한 번에 들이 마시는 공기의 양과 분당 호흡수가 동시에 증가한다. 허파꽈리의 산소분압을 높임으로서 혈액으로 쉽게 산소가 들어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호흡량이 증가하게 되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기 때문에 혈액 중에 이산화탄소의 분압이 낮아지면서 혈액은 알카리증 상태로 되는데 이것을 호흡성 알칼리증이라고 한다. 호흡성 알칼리증이 오면 신장에서는 중탄산염(HCO3-)를 배설하기 위해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

Box 1. 고산병 약

고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약이 다이아목스(diamox)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아세타졸아마이드(acetazolamide)이다. 이 약은 탄산무수화 효소(carbonic anhydrase, CA)의 기능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신장에서는 수소이온과 중탄산염이 재흡수된 후 결합되어 탄산을 형성하고 탄산이 다시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는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효소는 탄산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반응을 촉매한다. 아세타졸아마이드와 같이 탄산무수화 효소를 억제하는 약물이 투여되면 탄산이 분해되지 않아 농도가 증가하면서 신장에서 수소이온과 중탄산이온을 재흡수하는 작용이 감소하고 그 결과로 중탄산염 배출이 증가하게 된다. 반면에 수소이온은 다른 경로로 재흡수가 돼서 결과적으로 혈액 내에 중탄산염 만 감소함으로서 혈액의 산도가 높아져 호흡성알칼리증을 교정하기 때문에 호흡이 촉진되고 더 많은 산소를 마실 수 있게 된다.

아세타졸아마이드의 부작용으로는 손 끝에 이상감각이 있을 수 있고 위장장애가 있을 수 있으며 중탄산염 배출에 따라 소변량이 증가한다.

CO2+H2O←CA→H2CO3←→H++HCO3-

호흡량 증가 외에도 폐에서 혈액으로 산소 확산을 증가시키기 위한 생리현상들이 더 나타난다. 먼저 폐의 용적이 증가하여 산소교환이 일어나는 허파꽈리의 용적을 증가시키고 폐동맥의 압력이 높아져 폐의 모세혈관으로 가는 피의 양이 늘어나다.

고산 환경에 대한 주요 적응반응은 혈액 내에서 일어난다. 고산지대에 오르면 몇 시간 안에 산소를 운반하는 혈액 세포인 적혈구의 생산이 촉진된다. 조직에서도 적응반응이 일어난다. 모세혈관이 많이 열려서 산소운반을 용이하게 하고 근육의 마이오글로빈(myoglobin)이 증가하고 세포속의 미토콘드리아의 밀도도 증가한다.

심장에서도 적응반응이 일어난다. 주로 심장이 빨리 뛰면서 혈류량을 증가시킨다. 이런 현상은 단기적으로 발생하고 고산환경에 적응이 된 후에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운동량 증가에 따른 심박출량의 증가나 등맥혈의 산소포화도는 해수면과 비교하여 낮기 때문에 고산지대에서는 운동 능력이 떨어지고 쉽게 피로해진다.

고산에서 나타나는 질병

높은 고도에서 나타나는 신체 증상을 총칭하여 고소증(high altitude illness)이라고 하는데 급성고산병(acute mountain sickness, AMS), 고소폐부종(HACE; high altitude pulmonary edema), 고소뇌부종(HACE; high altitude cerebral edema)등의 질환이 있다.

급성고산병은 가장 가벼운 고소증이라고 할 수 있다. 2,500m 이상의 고지대에 도착한 후 6시간에서 12시간 사이에 두통이 나타나면서 추가로 식욕부진, 구역질, 구토, 피로감, 어지럼증, 수면장애와 같은 증상이 하나 이상 나타날 때 급성고산병이라고 한다. 갑자기 3,000m 이상 고도에 올라가면 30%, 4,500 m 이상 고도에 올라가면 70%에서 고산병이 나타난다. 고산병은 고소 환경에 적응되면서 대부분은 저절로 사라지지만 고소폐부종이나 고소뇌부종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어떤 사람에서 급성고산병이 잘 생기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 나이나 성별, 신체건강상태 등은 중요한 위험요인은 아니다. 50세 이상인 사람은 고산병 약간 덜 생긴다는 보고가 있지만 어린이와 성인은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과거에 고산병을 앓은 적이 있거나, 빠른 속도로 등반하거나 과격한 신체활동을 하면 급성고산병의 위험이 높아진다. 고혈압, 당뇨, 허혈성심질환, 경미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심지어 임신도 고소증의 위험을 높이지는 않는다.

급성고산병을 예방하려면 2,000-3,000m 사이에서 천천히 올라가면서 적응과정을 거쳐야 한다. 2,500m 이상에서는 잠자는 장소를 기준으로 하루에 600m 이하로 오르고, 600m 내지 1,200m를 오를 때마다 하루 씩 더 적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아세타졸아마이드를 미리 먹거나 증상이 나타날 때 먹으면 도움이 된다. 125mg을 하루 두 번 복용하는데 증상에 따라 가감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 제제인 덱사메사손(dexamethasone)도 아세타졸아마이드 이상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두 약을 같이 복용하기도 한다. 스스로 숨을 깊게 들여 마시고 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고산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고소폐부종은 폐에 물에 차는 현상으로 마른 기침, 호흡곤란, 피로 등의 초기 증상이 있고 , 상당히 진행되면 분홍색이나 붉은 색 가래가 나온다. 그리고 의식수준의 변화 같은 뇌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고소폐부종이 발생하는 기전은 폐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하여 폐의 모세혈관에서 처리하지 못하면서 주위 조직으로 물이 빠져나가면서 발생한다. 폐부종이 발생하는 부위에서는 폐동맥압이 높아지면서 많은 혈류가 공급되고 폐정맥 수축으로 모세혈관압이 증가하면서 모세혈관 기능부전과 부종이 발생한다. 고소폐부종 증상이 나타나면, 특히 호흡곤란이 심해지고 의식혼란이 나타나면 바로 하산하고 가능하면 산소를 주는 것이 좋다. 아세타졸아마이드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sildenafil)나 시알리스도 폐동맥압을 낮추고 심박출량을 증가시켜 증상을 호전시키고 운동 기능을 향상시킨다. 하루에 25mg을 두 번씩 복용하면 예방효과를 거둘 수 있고 아세타졸아마이드와 함께 사용할 수도 있다.

고소뇌부종은 심한 고산병의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하는데 고산병이 있는 사람에서 의식상태의 변화가 있거나 조화운동불능(ataxia)이 있는 경우에 의심된다. 저산소증에 따라 뇌의 혈류양이 증가하면서 발생한다. 두통, 흥분성 증가, 불면증, 구역질, 구토, 중추신경마비, 환각, 간질, 의식상실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고소증의 정도에 따른 치료와 예방방법은 표를 참조]

진화의 관점에서 본 고소증

고소증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산소부족에 대응하는 신체 적응과정 또는 부적응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구상의 산소는 전적으로 광합성의 결과로 생성되는데 22억년 전부터 지구상에 산소가 존재하기 시작했다. 지구상에 산소가 풍부해지면서 산소를 이용해서 에너지를 만드는 생물체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그중 한 세균이 우리 세포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이다. 산소를 이용한 대사는 무산소 대사보다 훨씬 효율적이어서 동일한 양의 영양분을 가지고 무려 19배나 많은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유산소 대사를 하면서 거대한 다세포 생물의 출현이 가능해졌다.

대기 중의 산소농도가 오늘날과 비슷한 수준에 다다른 것은 대략 6억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생물들은 현재 수준의 산소에 맞춰서 진화를 해왔지만 세포 수준에서 산소를 이용하는 기전은 물에서 단순 확산에 의해 매우 낮은 농도의 산소를 이용하던 수중 단세포 생물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비록 순환계를 통해 많은 산소가 공급되지만 실제로 세포 안에 미토콘드리아는 매우 낮은 산소농도에서 작동을 한다.

대기 중의 산소분압은 대기압(760 mmHg)에 산소의 분율 20.9%를 곱한 159 mmHg이고 동맥혈에서는 95 mmHg 정도 이며 모세혈관, 정맥혈로 갈수록 계속 낮아진다. 고지대에서는 대기 중 산소농도가 낮기 때문에 농도 경사가 작지만 고도에 상관없이 세포 내의 미토콘드리아에서의 산소 농도는 1 mmHg 이하이다.

풍부한 산소가 있음에도 낮은 농도에서 작동하는 기전을 유지하는 중요한 이유는 유산소 대사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반응성이 높은 활성산소가 세포 속의 DNA, 단백질, 세포벽 등에 손상을 끼쳐서 세포를 죽이기 때문이다. 활성산소로 인한 지속적인 손상이 결국 노화에 이르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에 우리 몸은 한편으로는 항산화방어기전을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 낮은 농도의 산소를 이용하는 원시적인 대사과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세포 내에서 유산소 대사가 낮은 산소 농도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우리 몸이 현재보다 산소농도가 낮아져도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의 허파라고 할 수 있는 아마존 밀림이 파괴되는 것을 불안하기 지켜보았는데 이런 사실이 인류의 미래를 생각할 때 조금은 안심이 되는 소식이다.

표 1. 고소증의 치료와 예방

임상 양상

치료

예방

가벼운 고산병

2500m 이상을 급히 오르고 12시간 내에 두통과 구역질, 어지럼증, 피로

500m 이상 하산; 더 이상 오르지 말고 휴식하면서 적응; 아세타졸아마이드 복용(125mg에서 250mg 씩 하루에 두 번); 두통약 복용; 또는 여러 방법을 섞어서 사용

천천히 오를 것; 중간 높이에서 하루 밤을 보낼 것; 2750m 이상으로 바로 이동하는 것을 피할 것; 등반 하루 전부터 고지대에서 머무는 2일 동안 아세타졸라마이드 복용(125mg에서 250mg 씩 하루에 두 번);

중등도 고산병

심한 두통과 구역질, 어지럼증, 무기력증, 불면증, 부종 등이 12시간 이상 지속

500m 이상 하산; 하산이 불가능 하면 산소공급(분당 1-2리터); 하산과 산소공급이 불가능하면 아세타졸라마이드(250mg씩 하루에 두 번), 덱사메사손(4mg 하루에 네 번) 또는 두 약을 동시에 증상이 해소될 때까지 투여; 증상에 대한 치료; 또는 이러한 방법으로 섞어서 사용

천천히 오를 것; 중간 높이에서 하루 밤을 보낼 것; 과도한 운동을 삼갈 것; 2750m 이상으로 바로 이동하는 것을 피할 것; 등반 하루 전부터 고지대에서 머무는 2일 동안 아세타졸라마이드 복용(125mg에서 250mg 씩 하루에 두 번); 고산병 초기에 치료

고소뇌부종

고산병이 24시간 이상 지속되고, 심한 무기력증, 의식상태 변화, 조화운동 불능

즉각 하산 또는 후송할 것; 하산이 불가능하면 이동형 고압산소치료기 사용; 산소 공급(분당 2-4리터), 덱사메사손 투여(8mg 투여 후 6시간마다 4 mg); 아세타졸아마이드 투여

2750m 이상으로 바로 이동하는 것을 피할 것; 천천히 오를 것; 과도한 운동을 삼갈 것; 등반 하루 전부터 고지대에서 머무는 2일 동안 아세타졸아마이드 복용(125mg에서 250mg 씩 하루에 두 번); 고산병 초기에 치료

고소폐부종

휴식시에도 호흡곤란, 젖은 기침, 심한 병약, 졸음, 청색증, 빈맥, 빠른 호흡, 수포음

산소공급(분당4-6리터, 증상 호전되면 분당 2-4리터), 가능한 빨리 하산(무리한 운동을 피하면서); 하산이 안되면 니페디핀 투여;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면 덱사메사손 투여; 비아그라 또는 시알리스 투여

천천히 오를 것; 과도한 운동을 삼갈 것; 과거력이 있는 경우 니페디핀 투여 검토; 비아그라 25mg 하루에 두번씩

참고문헌

고소증과 고산병의 치료와 예방

Treatment and prevention of high altitude illness and mountain sickness

J Korean Med Assoc 2007; 50(11): 1005 - 1015

High-altitude illness. N Engl J Med 2001;345(2): 107-114

by 카이로스 | 2012/04/19 23:00 | 트랙백 | 덧글(0)

삼색(三色)여행, 히말라야 트레킹

삼색(三色)여행, 히말라야 트레킹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왔다고 하면 보통 사람은 갈 수 없는 어디 극지라도 다녀온 듯 신기하게 쳐다본다. 물론 엄홍길 대장이 자주 다니는 에베레스트, 고 박영석 대장이 목숨을 잃은 안나푸르나에 가는 것은 맞지만 질적으로는 아주 다르다. 히말라야에서 일반인들이 갈 수 있는 곳은 5,000m 쯤에 있는 베이스캠프까지인데 전문 산악인들이 거기서부터 등반을 시작한다. 베이스캠프(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유식하게 EBC,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는 ABC라고 한다.) 까지 다녀오는 것은 보통 2주짜리 코스인데 중간지점까지만 다녀오는 것은 일주일이면 충분한다. 비록 산속을 다니는 것이긴 하지만 베이스캠프까지는 네팔사람들이 거주하는 마을이 계속 있기 때문에 등산을 하기는 하지만 동네 마실같은 성격도 다분히 있다. 그래서 히말라야 트레킹은 남녀노소 누구나 갈 수 있고 실제로 한국에서 엄청 많이 가기 때문에 히말라야 트레킹 중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비네팔인은 한국인일수도 있다.

히말라야 트레킹의 첫 번째 묘미는 뭐니뭐니 해도 만년설에 덮여있는 세계의 최고봉을 바라보면서 유람을 하는 것이다. 한국인이 개발한 황제트레킹은 짐은 포터가 들어주고 식사는 전문요리사가 붙어서 준비해주시기 때문에 세상에 이런 상팔자가 없다.

두 번째 묘미는 시간여행이다. 지지리 못살던 60-70년대의 우리 모습을 그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수도 카트만두에서 조차 저녁에 전기가 잘 공급이 안되니 산 속은 말할 것도 없다. 길에는 똥이 널려있고 허름한 집(물론 관광객이 머무는 숙소는 훨씬 깨끗하지만)에 땟국물이 흐르고 쵸코렛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애들의 모습은 딱 미군들에게 쵸코렛 얻어 먹던 우리의 모습이다. 하지만 길의 똥은 어느새 흙이 되고 있고 여행객도 같이 더러워지면서 점차로 그곳과 하나가 되어간다.

세 번째 묘미는 고산병이다. 3,000m에서는 산소의 분압이 해수면의 70%, 5,000m에서는 50%에 불과하다. 산소가 부족한 환경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상에 태어난 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해본 환경이다. 숨이 가쁘고 머리가 아프고. 특히 저녁에 더 심해지는데 이러다 죽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지나면 어느새 적응이 된다. 사실 우리 몸에서 유산소 대사를 하는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은 산소분압이 아주 낮은 환경에서 진화한 세균이기 때문에 인체는 생각보다 낮은 산소 분압에도 적응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어쨌든 저산소 환경에 자기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경험하는 것도 색다른 묘미임에 틀림없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분명 고생스러운 여행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다음 히말라야 트레킹을 꿈꾼다.

by 카이로스 | 2012/04/19 22:57 | 트랙백 | 덧글(0)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