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한해에 네팔로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나는 사람이 만 명이 넘는다. 히말라야 트레킹의 묘미는 만년설에 덮여있는 지구의 최고봉들을 바라보면서 걷는 것이지만 3,000미터가 넘는 고산 환경에서 우리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느끼는 것도 매우 특이한 경험이다.
고산지대에 올라갈수록 공기가 희박해지면서 산소의 양도 감소한다. 3,000m 고지대에서 산소의 분압은 해수면의 70%이고 5,000m 고지대에서는 해수면의 50%에 불과하다. 히말라야에서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오를 수 있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고도가 5,500m 이니까 산소농도가 반 토막 난 공기를 마시는 경험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 우리 몸이 어떻게 적응하고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를 의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 몸의 반응
우리 몸의 세포가 산소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허파꽈리에서 산소가 확산을 통해 혈액으로 들어간 후 신체 장기로 이동하고 다시 장기 속으로 확산해 들어가야 하는데 저산소 환경에 놓이게 되면 산소 전달의 전 과정에 걸쳐 적응반응이 일어난다.
갑자기 고산에 오르게 되었을 때 첫 번째 나타나는 생리현상은 숨이 빨리 쉬어 지는 것이다. 공기 중의 산소 농도가 낮기 때문에 공기를 많이 마셔서 필요한 산소를 확보해야 한다. 한 번에 들이 마시는 공기의 양과 분당 호흡수가 동시에 증가한다. 허파꽈리의 산소분압을 높임으로서 혈액으로 쉽게 산소가 들어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호흡량이 증가하게 되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기 때문에 혈액 중에 이산화탄소의 분압이 낮아지면서 혈액은 알카리증 상태로 되는데 이것을 호흡성 알칼리증이라고 한다. 호흡성 알칼리증이 오면 신장에서는 중탄산염(HCO3-)를 배설하기 위해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
Box 1. 고산병 약 고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약이 다이아목스(diamox)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아세타졸아마이드(acetazolamide)이다. 이 약은 탄산무수화 효소(carbonic anhydrase, CA)의 기능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신장에서는 수소이온과 중탄산염이 재흡수된 후 결합되어 탄산을 형성하고 탄산이 다시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는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효소는 탄산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반응을 촉매한다. 아세타졸아마이드와 같이 탄산무수화 효소를 억제하는 약물이 투여되면 탄산이 분해되지 않아 농도가 증가하면서 신장에서 수소이온과 중탄산이온을 재흡수하는 작용이 감소하고 그 결과로 중탄산염 배출이 증가하게 된다. 반면에 수소이온은 다른 경로로 재흡수가 돼서 결과적으로 혈액 내에 중탄산염 만 감소함으로서 혈액의 산도가 높아져 호흡성알칼리증을 교정하기 때문에 호흡이 촉진되고 더 많은 산소를 마실 수 있게 된다. 아세타졸아마이드의 부작용으로는 손 끝에 이상감각이 있을 수 있고 위장장애가 있을 수 있으며 중탄산염 배출에 따라 소변량이 증가한다. CO2+H2O←CA→H2CO3←→H++HCO3- |
호흡량 증가 외에도 폐에서 혈액으로 산소 확산을 증가시키기 위한 생리현상들이 더 나타난다. 먼저 폐의 용적이 증가하여 산소교환이 일어나는 허파꽈리의 용적을 증가시키고 폐동맥의 압력이 높아져 폐의 모세혈관으로 가는 피의 양이 늘어나다.
고산 환경에 대한 주요 적응반응은 혈액 내에서 일어난다. 고산지대에 오르면 몇 시간 안에 산소를 운반하는 혈액 세포인 적혈구의 생산이 촉진된다. 조직에서도 적응반응이 일어난다. 모세혈관이 많이 열려서 산소운반을 용이하게 하고 근육의 마이오글로빈(myoglobin)이 증가하고 세포속의 미토콘드리아의 밀도도 증가한다.
심장에서도 적응반응이 일어난다. 주로 심장이 빨리 뛰면서 혈류량을 증가시킨다. 이런 현상은 단기적으로 발생하고 고산환경에 적응이 된 후에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운동량 증가에 따른 심박출량의 증가나 등맥혈의 산소포화도는 해수면과 비교하여 낮기 때문에 고산지대에서는 운동 능력이 떨어지고 쉽게 피로해진다.
고산에서 나타나는 질병
높은 고도에서 나타나는 신체 증상을 총칭하여 고소증(high altitude illness)이라고 하는데 급성고산병(acute mountain sickness, AMS), 고소폐부종(HACE; high altitude pulmonary edema), 고소뇌부종(HACE; high altitude cerebral edema)등의 질환이 있다.
급성고산병은 가장 가벼운 고소증이라고 할 수 있다. 2,500m 이상의 고지대에 도착한 후 6시간에서 12시간 사이에 두통이 나타나면서 추가로 식욕부진, 구역질, 구토, 피로감, 어지럼증, 수면장애와 같은 증상이 하나 이상 나타날 때 급성고산병이라고 한다. 갑자기 3,000m 이상 고도에 올라가면 30%, 4,500 m 이상 고도에 올라가면 70%에서 고산병이 나타난다. 고산병은 고소 환경에 적응되면서 대부분은 저절로 사라지지만 고소폐부종이나 고소뇌부종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어떤 사람에서 급성고산병이 잘 생기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 나이나 성별, 신체건강상태 등은 중요한 위험요인은 아니다. 50세 이상인 사람은 고산병 약간 덜 생긴다는 보고가 있지만 어린이와 성인은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과거에 고산병을 앓은 적이 있거나, 빠른 속도로 등반하거나 과격한 신체활동을 하면 급성고산병의 위험이 높아진다. 고혈압, 당뇨, 허혈성심질환, 경미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심지어 임신도 고소증의 위험을 높이지는 않는다.
급성고산병을 예방하려면 2,000-3,000m 사이에서 천천히 올라가면서 적응과정을 거쳐야 한다. 2,500m 이상에서는 잠자는 장소를 기준으로 하루에 600m 이하로 오르고, 600m 내지 1,200m를 오를 때마다 하루 씩 더 적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아세타졸아마이드를 미리 먹거나 증상이 나타날 때 먹으면 도움이 된다. 125mg을 하루 두 번 복용하는데 증상에 따라 가감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 제제인 덱사메사손(dexamethasone)도 아세타졸아마이드 이상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두 약을 같이 복용하기도 한다. 스스로 숨을 깊게 들여 마시고 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고산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고소폐부종은 폐에 물에 차는 현상으로 마른 기침, 호흡곤란, 피로 등의 초기 증상이 있고 , 상당히 진행되면 분홍색이나 붉은 색 가래가 나온다. 그리고 의식수준의 변화 같은 뇌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고소폐부종이 발생하는 기전은 폐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하여 폐의 모세혈관에서 처리하지 못하면서 주위 조직으로 물이 빠져나가면서 발생한다. 폐부종이 발생하는 부위에서는 폐동맥압이 높아지면서 많은 혈류가 공급되고 폐정맥 수축으로 모세혈관압이 증가하면서 모세혈관 기능부전과 부종이 발생한다. 고소폐부종 증상이 나타나면, 특히 호흡곤란이 심해지고 의식혼란이 나타나면 바로 하산하고 가능하면 산소를 주는 것이 좋다. 아세타졸아마이드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sildenafil)나 시알리스도 폐동맥압을 낮추고 심박출량을 증가시켜 증상을 호전시키고 운동 기능을 향상시킨다. 하루에 25mg을 두 번씩 복용하면 예방효과를 거둘 수 있고 아세타졸아마이드와 함께 사용할 수도 있다.
고소뇌부종은 심한 고산병의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하는데 고산병이 있는 사람에서 의식상태의 변화가 있거나 조화운동불능(ataxia)이 있는 경우에 의심된다. 저산소증에 따라 뇌의 혈류양이 증가하면서 발생한다. 두통, 흥분성 증가, 불면증, 구역질, 구토, 중추신경마비, 환각, 간질, 의식상실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고소증의 정도에 따른 치료와 예방방법은 표를 참조]
진화의 관점에서 본 고소증
고소증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산소부족에 대응하는 신체 적응과정 또는 부적응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구상의 산소는 전적으로 광합성의 결과로 생성되는데 22억년 전부터 지구상에 산소가 존재하기 시작했다. 지구상에 산소가 풍부해지면서 산소를 이용해서 에너지를 만드는 생물체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그중 한 세균이 우리 세포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이다. 산소를 이용한 대사는 무산소 대사보다 훨씬 효율적이어서 동일한 양의 영양분을 가지고 무려 19배나 많은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유산소 대사를 하면서 거대한 다세포 생물의 출현이 가능해졌다.
대기 중의 산소농도가 오늘날과 비슷한 수준에 다다른 것은 대략 6억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생물들은 현재 수준의 산소에 맞춰서 진화를 해왔지만 세포 수준에서 산소를 이용하는 기전은 물에서 단순 확산에 의해 매우 낮은 농도의 산소를 이용하던 수중 단세포 생물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비록 순환계를 통해 많은 산소가 공급되지만 실제로 세포 안에 미토콘드리아는 매우 낮은 산소농도에서 작동을 한다.
대기 중의 산소분압은 대기압(760 mmHg)에 산소의 분율 20.9%를 곱한 159 mmHg이고 동맥혈에서는 95 mmHg 정도 이며 모세혈관, 정맥혈로 갈수록 계속 낮아진다. 고지대에서는 대기 중 산소농도가 낮기 때문에 농도 경사가 작지만 고도에 상관없이 세포 내의 미토콘드리아에서의 산소 농도는 1 mmHg 이하이다.
풍부한 산소가 있음에도 낮은 농도에서 작동하는 기전을 유지하는 중요한 이유는 유산소 대사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반응성이 높은 활성산소가 세포 속의 DNA, 단백질, 세포벽 등에 손상을 끼쳐서 세포를 죽이기 때문이다. 활성산소로 인한 지속적인 손상이 결국 노화에 이르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에 우리 몸은 한편으로는 항산화방어기전을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 낮은 농도의 산소를 이용하는 원시적인 대사과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세포 내에서 유산소 대사가 낮은 산소 농도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우리 몸이 현재보다 산소농도가 낮아져도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의 허파라고 할 수 있는 아마존 밀림이 파괴되는 것을 불안하기 지켜보았는데 이런 사실이 인류의 미래를 생각할 때 조금은 안심이 되는 소식이다.
표 1. 고소증의 치료와 예방 |
임상 양상 | 치료 | 예방 |
가벼운 고산병 2500m 이상을 급히 오르고 12시간 내에 두통과 구역질, 어지럼증, 피로 | 500m 이상 하산; 더 이상 오르지 말고 휴식하면서 적응; 아세타졸아마이드 복용(125mg에서 250mg 씩 하루에 두 번); 두통약 복용; 또는 여러 방법을 섞어서 사용 | 천천히 오를 것; 중간 높이에서 하루 밤을 보낼 것; 2750m 이상으로 바로 이동하는 것을 피할 것; 등반 하루 전부터 고지대에서 머무는 2일 동안 아세타졸라마이드 복용(125mg에서 250mg 씩 하루에 두 번); |
중등도 고산병 심한 두통과 구역질, 어지럼증, 무기력증, 불면증, 부종 등이 12시간 이상 지속 | 500m 이상 하산; 하산이 불가능 하면 산소공급(분당 1-2리터); 하산과 산소공급이 불가능하면 아세타졸라마이드(250mg씩 하루에 두 번), 덱사메사손(4mg 하루에 네 번) 또는 두 약을 동시에 증상이 해소될 때까지 투여; 증상에 대한 치료; 또는 이러한 방법으로 섞어서 사용 | 천천히 오를 것; 중간 높이에서 하루 밤을 보낼 것; 과도한 운동을 삼갈 것; 2750m 이상으로 바로 이동하는 것을 피할 것; 등반 하루 전부터 고지대에서 머무는 2일 동안 아세타졸라마이드 복용(125mg에서 250mg 씩 하루에 두 번); 고산병 초기에 치료 |
고소뇌부종 고산병이 24시간 이상 지속되고, 심한 무기력증, 의식상태 변화, 조화운동 불능 | 즉각 하산 또는 후송할 것; 하산이 불가능하면 이동형 고압산소치료기 사용; 산소 공급(분당 2-4리터), 덱사메사손 투여(8mg 투여 후 6시간마다 4 mg); 아세타졸아마이드 투여 | 2750m 이상으로 바로 이동하는 것을 피할 것; 천천히 오를 것; 과도한 운동을 삼갈 것; 등반 하루 전부터 고지대에서 머무는 2일 동안 아세타졸아마이드 복용(125mg에서 250mg 씩 하루에 두 번); 고산병 초기에 치료 |
고소폐부종 휴식시에도 호흡곤란, 젖은 기침, 심한 병약, 졸음, 청색증, 빈맥, 빠른 호흡, 수포음 | 산소공급(분당4-6리터, 증상 호전되면 분당 2-4리터), 가능한 빨리 하산(무리한 운동을 피하면서); 하산이 안되면 니페디핀 투여;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면 덱사메사손 투여; 비아그라 또는 시알리스 투여 | 천천히 오를 것; 과도한 운동을 삼갈 것; 과거력이 있는 경우 니페디핀 투여 검토; 비아그라 25mg 하루에 두번씩 |
참고문헌
고소증과 고산병의 치료와 예방
Treatment and prevention of high altitude illness and mountain sickness
J Korean Med Assoc 2007; 50(11): 1005 - 1015
High-altitude illness. N Engl J Med 2001;345(2): 107-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