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 이야기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생활습관이 하나씩 정착이 되는데 가장 만족스러운 것 중의 하나는 아침식사이다. 결혼 초에는 나도 아내가 차려주는 아침밥상을 받아먹었다. 요즘도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전 시어머니들은 며느리에게 자신의 아들 아침밥상을 꼭 차려줄 것을 당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덕분인지 몇 년은 잘 받아먹었는데 언제가 장모님이 우리 집에서 하루 주무시고 가신 후부터 갑자기 아침 밥상이 사라졌다. 대략 네가 뭐가 부족해서 아침 밥상을 차려 바치냐는 핀잔을 들었나보다. 그리고는 어떤 아침을 먹었는지 기억이 안나는 기간이 한참 지난 후에 지금의 아침식사 패턴이 정해졌다.

   메뉴는 토스트에 크림치즈와 집에서 만든 아내가 만든 블루베리 잼, 샐러드는 방울토마토와 파프리카와 올리브와 뜨거운 물에 데친 브로컬리와 견과류, 계란 후라이 하나, 사과 한조각, 그리고 커피. 여기서 백미는 커피인데 여동생 남편이 하는 위트러스트(We Trust)에서 스페셜리티 커피를 원두로 주문하여 핸드드립으로 내려 먹는다. 산미가 풍부한 원두를 내려 마시기 시작하면 커피전문점의 커피는 너무 밋밋해서 잘 안마시게 된다. 몇 년째 계속 이런 패턴으로 먹는데 한 번도 질리지가 않을뿐더러 어떤 때는 아침 식사가 전날부터 기다려지기도 한다.

   나의 아침식사에 대해 한번 기록하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최근 미국의사협회지에는 아침식사와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아침식사는 처음 먹는 식사이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식사라고 처음 주장한 사람은 미국의 쿠퍼(Cooper)라고 알려져 있다. 켈러 박사의 논문은 1917좋은 건강(Good Health)’이라는 잡지에 실렸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 잡지는 쿠퍼 박사의 스승인 켈로그 박사가 발행하는 잡지였고 이 켈로그가 콘플레이크로 유명한 바로 그 켈로그이다.

  쿠퍼 박사의 주장이 나온 지 한 세기가 지났지만 아침식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어떤 학자들은 체중 조절의 측면에서는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최근에 호주 연구자들이 발표된 메타연구를 보면 체중조절의 측면에서는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이 낫다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아침식사를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는 아침식사를 거르면 대사가 느려지고 나중에 배고픔 때문에 과식을 하게되어 체중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국가에서는 아침식사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대략 1/3 정도는 아침식사를 거르고 있다.(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아침식사 결식률도 30% 가량 된다.)

   아침식사가 오히려 체중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연구자들은 아침식사로 뭘 먹느냐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머핀이나 시리얼로 아침식사를 한다면 당연히 체중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호주 연구자들의 메타연구에서는 시리얼과 흰빵, 주스 등으로 아침식사를 한 연구들로 포함시켰기 때문에 아침식사가 체중증가를 초래한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시리얼이나 머핀은 충만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나중에 더 많은 음식을 먹게 만든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는 단백질 30그람 이상을 포함하여 350 칼로리의 아침식사를 하면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과 비교할 때 충만감을 줘서 식욕조절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침에 식사를 한 것은 시작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일일텐데 아직까지 그 효과에 대해 정설이 없다는 것이 좀 의아한 일인데 어쨌든 아침식사와 체중조절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데 양질의 아침식사가 좋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by 카이로스 | 2019/05/10 22:04 | 일반 | 트랙백 | 덧글(0)

평균수명이 줄어 들고 있는 나라

  우리나라에서는 평균수명 증가에 따른 고령화가 큰 문제이지만 모든 나라에서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는 2014년 이후 3년 연속 평균수명이 감소했는데 이는 일차세계 대전 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서 미국 내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카프란 교수가 이에 대한 칼럼을 썼는데 우리의 보건의료에 대한 시사점도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은 지난 3년간 평균수명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보건의료에 돈을 많이 쓰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미국인들은 의술이 발달하면 건강이 좋아질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치료기술에 많이 투자했는데 의료기술이 인구집단의 평균수명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대장암을 잘 치료하면 155,000명의 수명이 12년 정도 연장될 수 있다. 대장암 환자만 하면 매우 희망찬 이야기지만 전체 인구집단으로 확대해보면 성공적인 대장암 치료로 인해 미국인의 평균수명은 고작 1주일이 늘어날 뿐이다. 개별 환자에게는 무척 가치있는 일이지만 전체 인구집단의 수명은 늘리지 못하는 것이다.

  의료기술에 발전에 대한 믿음은 크지만 실제로 연구를 통해 확인되는 기술 발전은 별로 없다. 치료기술의 효과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연구설계인 무작위임상시험에서 의미있는 효과를 보여주는 것은 거의 없다. 국립기관(National Heart, Lung and Blood Institute)에서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를 검토해보니 성공 확률은 고작 8%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가 치료의 약속에 매달려 있지만 평균수명을 늘리는데 의료 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보건의료에 대한 투자를 건강 자체에 대한 투자로 바꿔야 한다. 조기 사망을 초래하거나 건강을 악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보건의료체계 밖에 존재한다. 가난, 식량확보, 좋은 거주 환경 등이 인구집단의 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필라델피아에서 부유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불과 7킬로 떨어진 가난한 지역 거주민에 비해 평균적으로 20년을 더 오래 산다. 실제로 교육이 향후 건강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고등학교 졸업자는 그 보다 학력이 낮은 사람에 비해 12년을 더 살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있는 나라들은 이 문제를 잘 파악하고 있다. OECD 국가들은 의료분야에 1달러를 쓸 때 의료분야가 아닌 사회서비스에 평균적으로 2달러를 사용하는데 반해 미국에서는 단지 56센트만을 사용한다. 미국에서 평균수명을 늘리려면 건강이 나빠진 근본 원인을 조사해야 하고 사회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social determinants of health)'에 더 많은 관심을 갖자는 것이 더 이상 과격한 주장은 아니다. 미국 소아과학회와 의사단체에서는 환자를 진료할 때 환자들의 행태변화와 사회적조건을 고려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다 한들 큰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다 담대한 도전을 해야 한다. 먼저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대한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 사회적 결정요인이 조기사망에 50% 이상 기여하지만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전체 390억 달러의 연구 예산 중에 고작 4퍼센트 미만의 연구비만 책정하고 있다.

  두 번째로 보건의료와 사회적서비스 제공자 간에 더 나은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환자를 사회서비스에 연결시켜주는 일을 하는 요원에 대해 투자를 하면 많은 암검진 프로그램보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새로운 병원 건설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평균수명을 증가시키는 데 더 기여를 할 것이다.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고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적용되는 방법이 의술과 수술 등에 적용되는 방법만큼 우아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중요하다는 근거는 충분히 많다. 미국이 미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이 분야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의료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스탠포드 대학의 Kaplan 교수가 "Medicine alone can't lengthen US lives. We need to invest outside the health care system" 이라는 제목으로 201924USA TODAY에 기고한 글

 

by 카이로스 | 2019/02/17 18:46 | 평균수명 | 트랙백 | 덧글(0)

마라톤을 하면 정말 일찍 죽나?

  적당한 운동이 심장을 포함해서 건강에 좋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표준 운동 지침이라고 할 수 있는 하루 30분씩의 중간 정도 강도의 운동은 심장질환의 발생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마라톤과 같은 격렬한(?) 운동은 심장에 무리가 가서 안 좋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의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운동의 효과에 대한 역학연구들을 보면 운동시간이 많아질수록 심장병으로 죽을 위험이 낮아지다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오히려 약간 증가하는 거꾸로 J 모형을 나타낸다.(그림 참조)

  실제로 예전 연구를 보면 마라톤을 오래한 사람의 심장 근육에는 흉터가 있고 동맥에는 플라크가 많이 형성된다는 보고들이 있었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이 플라크가 떨어져 나가 동맥을 막아버리면 심장마비가 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들이 마라톤 주자들을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해서 실제로 플라크 때문이 심장마비가 오거나 일찍 사망하는 지를 관찰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무려 2만 명이 넘는 50대 남자들의 심장을 스캔해서 추적조사한 연구결과가 최근에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발표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연구대상을 운동량에 따라 세 그룹으로 분류하였는데 최상위 운동집단은 일주일에 무려 다섯 시간 이상 격렬한 운동을 하였다. 달리기로 환산하면 대략 하루에 10킬로씩 달리는 진정한 마라톤 주자라고 할 수 있다. 연구대상자들의 스캔 결과를 판독하여 죽상경화증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칼슘점수를 산출하였는데 일반적으로 이 점수가 100 이상이면 걱정할 만한 수준의 플라크가 형성된 것으로 판단한다.

  최상위 집단에서는 운동을 가장 적게 하는 집단에 비해 칼슘 점수가 100이 넘을 위험이 11% 가량 높게 나타났다. 실제 마라톤은 심장 동맥에 플라크 형성을 촉진한 것이다. 스캔을 찍은 후 10년 이상 사망자료를 칼슘점수가 100 이상과 이하인 집단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을 때 최상위 운동집단에서는 사망위험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플라크로 인한 심장마비의 위험이 운동을 많이 하는 집단에서는 낮게 나타난 것이다.

   마라톤으로 발생한 플라크에 의한 위험으로부터 심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마라톤이 한다는 역설적 가설이 가능한 것이다. 최상위 운동 집단의 플라크는 보통 사람들의 플라크와는 달라서 보다 조밀하고 안정적이라 떨어져 나가서 심장마비를 일으킬 위험이 작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이 부분은 앞으로 좀 더 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겠지만 열심히 달리던 사람들이 심장이 걱정되어 달리기를 줄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by 카이로스 | 2019/02/17 16:56 | 마라톤 | 트랙백 | 덧글(0)

마라톤을 하면 일찍 죽나?

  최근에 마라톤을 완주한 탓에 이런 저런 자리에서 자랑을 하기도 하고 한발 더 나아가 죽기 전에 한번은 꼭 보라고 권유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마라톤이 오히려 건강을 해롭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이유는 주로 마라톤은 심장이나 관절에 무리가 되기 때문에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마라톤을 하면 수명이 단축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마라톤을 하면 일찍 죽는다는 주장의 주요 근거는 사람의 심장이 평생 뛸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마라톤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하면 심박동수가 높아져서 수명을 갉아 먹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동물에서 가만히 안정을 취하고 있을 때의 맥박수와 평균수명은 반비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대부분의 포유동물은 평생 맥박수가 대략 15억번 정도로 유사하다. 심장이 1분에 1500번씩 뛰는 땃쥐는 2년 남짓 사는 반면에 심장이 1분에 30번 남짓 뛰는 코끼리는 약 75년을 산다. 사실 이것은 체중의 문제이기도 하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동물일수록 대사율이 낮아져 맥박수가 느려지고 세포 단위에서 보면 에너지도 적게 쓰고 대사과정에 따른 세포 손상률도 낮아지기 때문에 더 오래 사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결과를 근거로 마라톤을 하면 수명이 짧아진다고 추론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데 왜냐하면 유산소운동은 심장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서 오히려 심박수를 낮추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하는 동안은 당연히 심박수가 올라가지면 달리기를 하는 사람의 안정 시 심박수는 오히려 낮아지는 것이다.

  달리기가 건강을 증진시키고 수명을 연장시키는 기전은 크게 네가지로 설명이 된다. 먼저 심혈관계는 심폐기능이 향상되고 안정시 맥박수와 혈압이 낮아진다. 대사 측면에서는 혈액의 포도당 흡수가 원활해지고 인슐린에 대한 민감도가 증가하면 좋은 콜레스테롤은 증가하고 나쁜 콜레스테롤은 감소하고 체지방도 감소하게 된다. 근골격계에 대한 효과는 근육량과 골밀도가 증가하는 반면에 관절염은 감소한다. 정신신경학적 측면에서 보면 기억력을 관장하는 해마의 회백질이 증가하고 인지능력도 좋아지는 반면에 우울증상은 감소한다.

  사실 달리기를 포함해서 적당한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과도한 운동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마라톤을 완주가 곧 과격한 운동은 아니다. 나 같이 일년에 딱 한번 마라톤을 완주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마라톤 대회는 평소에 달리기를 하게 만드는 중요한 동기일 뿐이다. 마라톤 대회를 신청하면 적어도 몇 달전부터는 일주일에 한두번에 달리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일 삼고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다를 수도 있다. 마라톤 대회에 나가보면 100회 완주를 기념하는 플래카드를 심심찮게 보는데 이런 사람들은 적어도 한달에 한번씩은 완주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의 매일 상당한 양의 달리기를 해야한다. 과도한 달리기가 건강에 해로울 것으로 보는 이론적 근거는 과도한 대사로 인하여 혈관에 산화손상과 염증반응이 증가하고 심장근육의 섬유화가 일어나며 자율신경계도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대규모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달리기와 사망의 관련성을 본 역학연구를 보면 과도한 달리기를 한다고 해서 최소한 운동을 전혀 안하는 것보다 나쁘지는 않다. 달리기 정도와 사망위험의 관계가 '거꾸로 제이(reverse J)'의 형태를 나타낸다. 보통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은 달리기를 안하는 사람에 비해 적당히 달리기를 하면 사망위험이 감소하지만 과도한 달리기를 하면 운동 안하는 것보다 더 위험이 높아지는 J 형태라면 역학연구의 결과는 J를 좌우를 바꾼 형태, 즉 적당한 달리기를 하면 사망위험이 낮아지고 과도한 달리기를 하면 적당한 달리기보다는 사망위험이 높지만 그래도 운동을 안하는 것보다는 사망위험이 낮게 나타나는 것이다. 사망원인별로 보면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특히 거꾸로 제이의 형태를 보이고 암이나 뇌졸중을 포함한 다른 질환은 L자형, 즉 과도한 달리기나 적당한 달리기 사망위험 감소 정도가 비슷한 형태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결과만으로 과도한 달리기를 하면 적당한 달리기에 비해서는 사망위험이 높다 라고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수명 연장을 위한 적당한 운동량(이 이상 운동한다고 해서 추가적인 수명 증가는 기대되지는 없는, 어떻게 보면 가장 경제적인 운동량)에 대한 제안을 할 수는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정도까지는 달리기를 더 하면 더 할수록 그 만큼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달리기 시간 주당 4.5시간 이하

달기기 거리 주당 50 km 이하

달리기 빈도 주당 6회 이하

 

by 카이로스 | 2018/12/18 23:06 | 마라톤 | 트랙백 | 덧글(1)

다시 완주-jtbc 마라톤대회

  휴대폰 알람 소리에 잠을 깼다. 평소알고 지내던 식약처와 환경부의 공무원들이 집으로 찾아와서 학회의 추천으로 내가 대테러비밀공작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얘기하는 황당무계한 꿈을 꾸던 중이었다. 새벽 5시 반에 계획대로 기상해서 아침을 먹었다. 평소처럼 토스트 2쪽에 샐러드와 사과를 커피와 함께 먹고 떡을 하나 추가로 먹었다. 화장실 업무도 무사히 마쳤다. 장시간을 달리는 마라톤에서 장과 방광을 깨끗이 비우고 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드디어 출발. 출발지점의 내빈석에 요즘 부쩍 머리가 많이 난 박원순 서울시장의 모습도 보인다. 한동안 마라톤 플코스에 도전한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요즘도 훈련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체온 보호를 위해 작을 딸이 만들어준 비닐 옷을 입고 처음 2킬로 미터를 천천히 뛰었다. 그 다음부터는 비닐 옷을 벗어 던지고 1킬로 달리고 30초씩 걷는 나만의 걷고달리기 방식으로 진행을 했다. 도로는 한 방향만 통제를 해서 옆에는 차 들이 달리고 있었고 교통통제에 항의하는 운전자와 보행자도 간간이 보였다. 물론 사전에 충분히 예고되긴 했지만 모르는 운전자 입장에서 갑자기 못 가게 하면 황당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일들은 마라톤 대회가 전체 서울 시민의 축제가 되지 않는 한 계속 반복될 것이다.

  옆에는 4시간50분 풍선을 매단 페이스메이커와 일군의 무리들이 같이 달린다. 나도 여기와 보조를 맞추었다. 약간 앞서 달리다가 걸을 때는 추월 당하고 그리고 다시 따라잡는 식으로 말이다. 나는 5시간 안에 들어오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끝까지 이 팀과 함께 가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았지만 최대한 오래 같이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서역을 지나자 도로 전체가 통제되고 응원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제대로 마라톤 대회 분위가 났다. 흥겨운 꽹가리도 등장하고 응원나온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도 했다. 응원의 의미에 대해 생각을 했다. 응원을 받는 다는 것은 공동체 내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내면으로부터의 충만함과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맞은 편에서는 벌써 반환점을 돌아온 선수들이 지나간다. 열 명쯤 되는 아프리카 선수들이 제일 먼저 지나가는데 이 사람들이 달리는 것으로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참 있다가 우리나라 선수들이 지나가는데 우리 선수들과 아프리카 선수들 사이에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올해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을 한 사람이 아프리카 선수가 아니라 직장을 다니는 아마추어 일본 선수라는 것을 떠올리면 꼭 그렇지도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당시 혹독한 기상환경 속에서 2시간14분이라는 형편없는(?) 기록으로 우승을 했는데 아마도 아프리카 선수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었을 것이다.)

하프를 지날 때 시간을 보니 2시가 22. 현재까지는 그리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단순 통계로 보면 5시간 안에 완주할 수 있지만 문제는 후반에 페이스가 얼마나 떨어지느냐에 달려있다. 잠깐 화장실 업무를 보러 간 사이에 4시간50분 페이스메이커는 멀리 앞서가 버렸다. 다시 따라잡기는 어렵다.

  22킬로를 지난 시점에 맞은 편에서 앞서 달리던 아내가 튀어 나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갈수록 잔소리가 심해져 함께 살기가 쉽지는 않지만 내가 처음 달리기를 시작한 것도 마라톤 완주를 한 것도 전적으로 아내의 공이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꼴뚜기가 뛰니 망둥어도 뛴다는 속담도 있지만 옆에서 계속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극을 받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나도 누군가의 꼴뚜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조금 더 달리다보니 앞에 탱크탑을 입고 뛰는 여성이 보인다. 마라톤 대회에서는 누군가와 보조를 맞춰 달리면 크게 의지가 된다. 풀코스를 달리다 보면 이런 저런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게 되는데 대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페이스메이커가 있지만 이 사람들은 일정한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전체 코스를 같이 보조를 맞춰 달리기는 쉽지 않다. 그때 그때 비슷한 속도로 달리는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기도 하고 때로는 내 그림자와 함께 달리기도 한다. 좋은 몸매에 말총머리를 찰랑찰랑 하면서 뛰는 여성이 앞에 있으면 한동안 힘든 것을 잊고 뛸 수가 있다. 탱크탑을 입은 여성을 보고 눈이 크게 떠진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몸이 불편한지 계속 달리지 못하고 멈춘다. 아쉽지만 추월했는데 내가 간식을 먹는 사이 그리고 걷는 사이 또 나를 추월해서 앞서 달리고 있다. 반환점을 지난 오르막에서 내가 다시 추월하는데 파이팅을 외쳐준다. 아마도 걷다 달리다 하는 내모습을 보면서 동병상련을 느꼈나 보다.

  30킬로 지점에서 준비한 파워젤을 하나 먹었다. 평소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피해야한다고 주장하던터라 포도당 원액을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지만 근육이고 뇌고 가장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포도당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바로 힘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옆에는 5시간 페이스메이커가 지나간다. 파워젤의 힘을 빌어서 대략 킬로미터 당 630초 정도의 속도로 같이 달렸다. 마치 기계처럼 일정한 속도로 여럿이 같이 달릴 때 느끼는 묘한 쾌감이 있다. 33킬로 지점에 이르자 더는 보조를 맞추기가 어려워서 페이스메이커를 그냥 떠나보냈다. 5시간 완주는 물건너 간 것이다. 34킬로 지점에 이르자 제한시간 초과로 회송차를 타야하는 시간이 적힌 안내판이 나오는데 나는 10분쯤 여유가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걱정한 것이 제한시간을 넘겨 강제로 회송차를 타야 하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그 고비는 넘긴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아무 생각 없이 뛰었다. 두발이 동시에 땅을 딛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뛴 게 맞지만 속도는 걷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는 그런 달리기였다. 35킬로를 좀 지난 지점에서 동탄마라톤클럽의 모리가 나를 발견하고 과일음료도 주고 사진도 찍어줬다. 모리와 나는 2016년 춘천마라톤을 함께 뛰었는데 당시 그는 다리에 쥐가 나서 걷다 뛰다 했고 나도 원래 걷다뛰다를 했던지라 보조를 맞춰 완주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모르는 아줌마가 포도 한줌을 쥐어준다. 대회 중에 포도당액이 아닌 진짜 포도를 먹은 것은 처음인데 그 청량감이 좋았다. 마라톤 대회에서는 보통 쵸코파이와 바나나를 제공하는데 포도를 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서역을 지나서는 다시 시내로 들어왔다. 주변에는 차들이 밀려있고 간간히 응원을 해주는 사람도 있고 차량통제에 항의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주로에는 달리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나까지 걸으면 교통통제의 명분이 없을 것 같아서 계속 뛰었다. 그래도 그나마 큰 대회라 끝가지 주로를 확보해준다. 작은 대회에서는 제한 시간 전에라도 운전자들의 성화를 견디지 못해 차량 통제를 풀어버리고 주자들을 인도로 올려버린다.

드디어 잠실 주경기장이다. 다 죽어가던 사람들도 마지막 트랙을 돌때는 젖 먹던 힘까지 내서 열심히 제대로 뛰게 된다. 트랙 반대쪽 결승선에서 내 이름을 외치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내는 나보다 한시간 쯤은 먼저 들어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결승선에 다달으자 아빠를 외치는 작은딸의 얼굴이 보인다. 드디어 골인. 기록은 5시간 20. 비록 5시간은 넘겼지만 두 여인의 환영을 받으며 다시는 못할 것 같은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다시 한 것이다.

  저녁에 jtbc 뉴스를 열심히 보았다. 중앙일보에서 jtbc로 주관사가 이전되면서 제일 크게 바뀐 것은 마라톤 대회를 육상경기가 아니라 일반인의 축제로 만들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뉴스에서도 우승자인 에티오피아의 니게우 선수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휠체어 대회 참가자와 10킬로에 참가한 일반인의 인터뷰도 나왔다. 마지막으로 목표도 속도도 제각각였지만 자신만의 레이스를 끝낸 2만 마라토너들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습니다라는 앵커의 마무리 발언과 함께 대회 출발 때의 영상이 나왔는데. 그 순간 아내가 여보다라고 소리친다. 방송 카메라에 내모습이 잡힌 것이다. 1jtbc 마라톤대회는 이래저래 잊지 못할 마라톤대회가 되었다

by 카이로스 | 2018/11/05 10:58 | 마라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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